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1218010003225

영남일보TV

[경제와 세상] 겜스복의 생존투쟁

2024-12-20

포식자를 피해 고지대 살며
생존 이어가는 겜스복처럼
경제환경 폭풍에 내몰리며
믿을 건 자신의 생존력뿐인
자영업자 현실이 안타까워

[경제와 세상] 겜스복의 생존투쟁
권업 객원논설위원

2024년 대구 경제는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으로 요약된다. 12월 현재 아직 연간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크게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올 들어 10월까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실적과 전망 모두 기준치(100)를 밑돌았고, 올 9월까지 대구 지역 수출은 67억5천만달러에 그쳐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1%나 줄었다. 2022년 기준 가동 중인 대구 제조업 법인사업자는 7천27개사로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14%이지만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으로 전국 대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률과 취업자 수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정해진 길이다. 10월 대구의 고용률은 58%에 그쳤고 취업자 수도 121만5천명으로 지난해보다 4만6천명이나 줄어 1년 사이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말초혈관이자 '감춰진 실업(hidden unemployment)'이라 불리는 생계형 자영업의 위기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우려가 높다. 여기다 트럼프 재선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관세 인상과 미·중 무역 마찰 등 대외 무역환경의 악화는 수출 회복 전망조차 어둡게 만들고 있다. 전국을 휘몰아치고 있는 탄핵 폭풍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신고를 한 대구 자영업자는 4만526명으로 전년(3만4천명) 대비 16.1% 증가했다. 이는 전국 증가율 13.7%를 훨씬 뛰어 넘어 대구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예로부터 나라와 백성을 앞세운 정치인들의 붕당 패거리 싸움에 정작 죽어나는 것은 언제나 예외 없이 백성들이었다. 기댈 데 없는 지금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믿을 것은 오로지 자신들의 생존력뿐 마땅한 다른 무엇이 보이지 않는다.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와 보츠와나의 건조지역에 영양의 일종인 겜스복이라는 동물이 살고 있다. 등 쪽으로 길게 뻗은 뿔은 얼핏 보기에도 싸우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육중한 체구로 인해 뛰는 속도도 같은 영양류인 임팔라에 비해 도무지 신통치 않은 매우 취약해 보이는 짐승이다. 그러나 이들은 생태적 적응을 통해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겜스복은 영양들의 천적인 사자를 비롯한 맹수가 살지 않는 건조지역 고지대에서 살며 필요한 수분을 식물에서 얻고, 무리 간에 강력한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여 서로 협력하여 포식자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한다. 한마디로 환경적응의 결과다.

규모가 크든 작든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도 경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여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가져오는 데 있다. 사회의 하부구조인 기업의 생존은 사회 전체의 변화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 활동 역시 변화 상황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경영자는 환경변화에 호기심이 가득 찬 파수꾼 역할을 자임하고 호황일 때 곧 닥칠 불황을 생각할 줄 아는 미래지향적 혜안으로 자기혁신을 생활화하여야 한다. 이는 다양한 정보매체에서 얻어지는 각종 정보를 통해 비록 자기 기업과 관련이 없는 변화일지라도 거듭된 학습경험의 축적에 의해 분석력과 직관력을 배양하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그러다 보면 어려울 때 버틸 수 있는 정신력과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겜스복의 생존투쟁 같은 삶은 푸르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살찐 양들의 모습보다 나을 수는 없다. 어렵게 버티고 있는 우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현실이 못내 안타까운 마음이다.
권업 객원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