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전 대구YWCA 사무총장) |
한 해의 마지막 달, 겨울이 깊어가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간인 연말연시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개 한 해 동안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감정을 정리하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경험을 수용하게 된다. 과거를 떠나보내면서 심리적인 해방감을 가지게 되고 무언가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새로운 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된다.
우리말 중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반가움과 아쉬움을 드러내는 따뜻한 행위를 나타내는 말이 있다. 떠나가는 사람을 따라 나가서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 '배웅', 오는 사람을 맞이하는 '마중'이 그것이다. 이 배웅과 마중은 사람과 사람 사이뿐 아니라 우리가 겪게 되는 모든 상황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라 본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한 해를 마감하게 되는 12월이 되니 무엇을 배웅하고 어떻게 마중할 것인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떠나 보낼 것을 잘 배웅하는 것이 기대와 희망을 마중하게 되는 것과 연결되기에.
한 해를 잘 배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자기반성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이 시점에서 개인이나 우리 사회가 이룬 성과와 아쉬웠던 점을 되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기나 노트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은, 자신이 어떤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게 해준다. 이러한 자기반성은 새해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초가 된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 시기는 가족과 친구들,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한 해 동안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든다. 이러한 유대감은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며, 서로의 지지와 격려가 큰 힘이 된다. 2025년을 맞이할 때, 이러한 관계의 힘은 우리가 직면할 도전들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2024년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2025년을 계획하게 된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우리의 삶에 방향성을 부여한다. 이 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준비는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넷째, 한 해의 끝을 기념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2025년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며,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는 데 있어 열린 마음을 유지하게 한다.
어디 개인에게만 해당되겠나, 우리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유난히 시끌벅적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정치·사회·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피폐해지고 불안이 가중되며 우울감과 무력감, 허탈감에 휩싸였다. 사회 전반에 심폐소생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4년 12월, 시간의 흐름을 넘어서 우리의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에 서 있다. 갈등과 불신, 남 탓과 분열을 잘 배웅하자. 그래서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안녕한 날을 맞이하자.
최윤정 (전 대구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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