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국회의원 (개혁신당) |
"묘지 근처로 이사하였더니, 아이가 곡 시늉을 했고, 시장가로 집을 옮기니, 아이가 상인 흉내를 냈다 한다. 이에 어머니는 학교 근처로 다시 이사를 하니, 그제야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다." 우리가 아는 맹모삼천지교 이야기다. 교육에 대한 고사지만 최근의 사태와 연관되어 부쩍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은 머무는 곳의 영향을 반드시 받는다"라고.
지난 3일 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접하고 집에서 최대한 빨리 국회로 이동했다. 하지만 도착쯤엔 이미 무장 군인과 경찰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마저도 막고 있었다. 한 시민이 내어준 등을 디뎌 가까스로 국회의 담장을 넘었다. 겨우 계엄 해제 요구안에 표를 던졌지만, 그때까지도 군·경에 길이 막혀 본회의장에 오지 못한 동료 의원들이 상당수 있었다.
어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자살 행위를 선택했을까.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접했던 경험과 최근 쏟아지는 보도를 접목하니 조금은 그의 세계관이 이해되었다. 윤석열의 대통령실은 "적이나 불순세력에 정보가 넘어갈 수 있다"라며 국회에 일체 자료 제출을 거부해 왔다. 관행적인 협의나 최소한의 논의도 거부했다. 그에겐 국회가 "불순세력"인 듯했다. 이 의심은 그의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문에서 다시 확인되었다.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며 국회와 선관위에 무장병력을 보낸 대통령. 그의 세계관에서는 국회의 다수를 점하는 야당은 부정선거의 결과로 당선된 반국가 세력이며, 자신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만든 2022년 대선조차 만국의 원흉 선관위가 빚은 부정선거였던 것이다.
대통령이 내비쳐왔던 적대심과 호전성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아닌 흡사 군정(軍政)에서의 장수 같았다. 대체 무엇이 미식을 즐기며 술과 함께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즐겼다던 예전의 윤석열을 바꾼 것일까.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직후 용산행을 밀어붙였다. 군부독재라는 아픔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행정부의 수장이 굳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건물에 집무실을 차린 것이다. 거기에다 관행상 대통령 임기 중 한 번 하던 국군의날 대규모 시가행진을 규정까지 바꿔가며 매년 강행했다. 여기에 더해 경호처장, 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등 자리를 옮겨가며 가까이서 대통령을 지켜온 김용현 전 장관은 특별히 젊은 병사들을 동원, 행사마다 장교나 부사관들에게 대통령 응원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대통령을 열렬히 환호하도록 했다는 제보도 있다. 실제 김 전 장관은 올 11월 국회 국방위 전체 회의에 출석해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 장병들과 운동을 했고, 한 부사관은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눈물을 글썽거리기까지 했다'라는 발언을 했다. 군사적 자신감이 가득 차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군의 울타리 안에 들어간 대통령이, 군사화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 본인은 부동시를 이유로 군 복무 면제를 받았다.
흔히들 우리 통치구조에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정점을 찍고 있는 정치 양극화와 정당의 실패로 우리나라는 대외 신뢰도를 자기 발로 밟아버린 대통령을 맞이한 비운을 겪었다. 이번 탄핵 정국이 끝나면 다시 우리는 다음 번 대통령을 고민해야 한다. 그에 앞서 모든 정당은 기본적 헌법에 대한 이해와 민주적 기본 소양을 갖춘 후보를 배출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공당으로서 지켜야 할 필수의 의무임을 되새겨야 한다.천하람 국회의원 (개혁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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