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이란은 석유 매장량이 세계 4위이고 가스 매장량은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 2위다. 말하자면 이란만 한 에너지 부국이 없다. 그런 나라가 가스와 전기가 모자라 추위에 떨고 있다니 이해가 되는가? 수주째 관공서는 오후 2시에 문을 닫고 학교는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제조업공장은 30~50% 영업단축을 하고 고속도로와 쇼핑몰은 암흑천지다. 90% 가정이 가스를 쓰는데 그 공급시간을 줄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봐야 수도가 나오는지,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는지, 출근을 할 것인지, 아이들을 등교시킬 것인지 알 수 있다. 17개 발전소가 가동을 멈췄고 나머지 발전소도 가동이 원활하지 못하다. 지난 11월부터 주택에 매일 2시간씩 단전해 왔지만 그것으로 감당할 수 없어 지금은 더 자주, 더 오래 한다. 최근에는 학교, 대학, 은행, 관공서가 이틀이나 문을 닫았다. 지금으로선 필요한 전기수급이나 소비감축이 불가능하다. 달러화에 대한 리알화 가치가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이번 에너지 위기는 그 원인이 복합적이다. 수년간 이어진 경제제재, 부실경영, 인프라의 노후화, 저렴한 에너지 가격과 과소비, 부패, 그리고 지난 2월 이스라엘에 의한 파이프라인 피폭 등을 꼽을 수 있다. 외국인이 에너지 인프라 현대화에 투자를 못하는 것도 제재 때문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TV에 나와 '가스, 전기, 통화, 환경 등의 불균형으로 암담하다'고 한 뒤 그냥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는 실내온도를 2℃ 낮추는 운동을 벌이자며 대통령 관저구역부터 밤에 불을 껐다. 이란의 영자신문을 살펴보면 어느 구석에도 이 딱한 현실을 보도하고 논의하는 기사가 없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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