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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메일] 어른다움이 필요한 사회

2025-01-06

[월요메일] 어른다움이 필요한 사회
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예기치 못한 한계상황이 돌출하고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노력은 공동체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지만, 복잡해진 사회구조만큼 그 원인 역시도 복잡할 수밖에 없고, 해결책 도출은 그만큼 어려워졌다. 선진국이 되면 개인주의가 팽배해진다고 하지만, 이것은 이기적인 측면에서의 개인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합리주의가 반영된 개인주의는 오히려 각자의 삶과 방식을 존중하면서 자유로운 가운데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면, 집단이기주의나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발동하고 책임을 서로 떠넘기면서 각자의 영역을 방어하기 급급하다 보니 문제해결은 요원하고 피해는 지속한다. 예전 한 유치원 건물이 무너졌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원인 분석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가장 인상적인 진단은 문제가 어느 한 곳에, 어느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이고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며 사회 전체의 각성을 호소했던 분석이다. 단순하게 기술적인 고려나 발전만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 공동체가 바뀌지 않으면 이러한 문제는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호소였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 역시,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언젠가부터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를 방패막이 삼는 사회가 됐다. 일단 남 탓으로 돌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의 골은 공정함을 담보할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생존본능이 발동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방식이 어떠했는지 짐작게 하는 단면이다. 요즘 청년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불공정 문제가 아니던가.

급속하게 발전을 거듭하며, 유일무이한 세계역사를 창조해온 대한민국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모든 국민들의 헌신을 통해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를 아프게 하는 수많은 부조리와 병폐 역시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성숙한 사회는 책임도 함께 해야 한다. 폭력이나 처벌이, 서로에 대한 혐오가, 집단이기주의가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식 처벌이나 책임추궁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판단과 노력이 필요하다. 법치주의는 해결방식도 거기에 합당한 절차와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감정이나 힘의 논리에 좌우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바람직한 해결 방법을 후세대가 보고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는 어른다운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성장도 육체와 정신이 균형을 이루며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듯 한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은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지원과 원조를 받은 국가로 세계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급성장에 미처 따라오지 못한 많은 부분들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불균형을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의 문제들은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묵은 과제이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모두에게 공동체적 책임감과 성숙함이 요구된다. 우리 공동체가 함께 지속, 성장하기 위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하다. 겉모습만이 아닌 생각과 행동이 어른다운, 진정한 '어른십'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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