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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얼음을 깬다고 봄이 오는가?

2025-01-23

[문화산책] 얼음을 깬다고 봄이 오는가?
여혁동 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지난 1월19일 새벽,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이에 상한 마음을 지키지 못하고 흥분한 일부 지지자들이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불법 진입한 폭력적 난동사태가 벌어졌다.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연말의 비상계엄과 탄핵소추에 있겠으나 더 근원적인 요인은 작금의 정치문화가 날이 갈수록 진영갈등이 첨예화되어 극단적 증오 정치와 적대 정치가 증폭함에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서울서부지법에서 일어난 집단적 폭력사태는 한쪽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정치문화가 그동안 사법기관의 모든 사법적 판단에 대하여 승복하지 않고 여야, 좌우의 당리당략 프레임에 맞춘 억지 성토와 사법의 정쟁화를 부추기며 사법체계를 무너뜨려 온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게다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발생할 사법적 판단에서도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일어날 집단적 불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사건이기에 더욱 우려 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 체제하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불법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치 본연의 대화와 타협 그리고 진영 간의 갈등 조정 없이 틈만 나면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정치의 사법화도 문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차분히 반추해 보며, 끊임없는 정치 사법화의 폭주를 멈추고, 강성 지지층의 결집과 선동정치의 악습을 타파하는 정도정치의 길을 열어야 한다. 밝은 내일을 지양하는 신선한 정치문화의 산책길을 찾아야 한다.

갈라치기를 선동하는 정치인들이 쳐놓은 프레임의 덫에 걸려 끓어오르는 우국충정의 마음을 잠시 통제하지 못한 선량한 국민만 법망에 걸려든 꼴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욕망을 극복하는 사람이 강한 적을 물리친 사람보다 훨씬 위대하다"고 했으며, 솔로몬의 잠언에는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라고 기록되었으니 이 지혜의 말이 오늘날 우리 정치문화와 시위문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도약과 성장으로 지구촌을 선도해나가는 선진 자유 대한민국이 망국의 진영갈등에 함몰되어, 집권 여당은 행정부의 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거대 야당은 입법부를 장악하여 행정부의 발목을 잡고, 여야가 앞다투어 법치의 최종 보루인 사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춥고 배고픈 국민이 얼어붙은 거리로 나와 얼음을 깬다고 봄이 오는가?

여혁동 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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