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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의 시와 함께] 이제니 '발화 연습 문장'

2025-02-24

[신용목의 시와 함께] 이제니 발화 연습 문장
시인

마주 보며 되비추는 두 개의 거울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사랑이 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비선형적으로 흐르는 곳에서. 점층법이 더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이미 찢겼지만 다시 찢겨야만 하는 표면이 있다. 영원히 오지 않을 미래처럼 어떤 심층이 도착하고 있다. 구체성이 결여된 장소에서 구체성이 결여된 풍경을 떠올린다. 살아야만 했는데 살아야만 했는데 오래도록 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끼어든다.

이제니 '발화 연습 문장'

삶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믿음은 끝없이 찢기는 감각을 통해서만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한 번 찢긴 자리가 다시 찢기며 만드는 저 상처의 심연을 통해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가 하나로 꿰어지는 것이다. 물론 겹겹이 쌓인 오늘을 찢는 것은 '사랑'이다.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해서 살아 있는 동안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마음의 풍경 말이다. 그러니 모든 시의 숙명인 고백은 영원히 연습으로 남을 것이다. 그것을 들을 '당신의 귀'가 없는 발화와 그것을 읽을 '당신의 눈'이 없는 문장, 요컨대 몸이라는 구체성이 없는 삶은 스스로를 부재의 자리로 돌려놓을 뿐이다. 그러나 당신의 없음이 당신의 있음과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나의 없음 또한 나의 있음을 되비춘다. 우리는 그렇게 시작할 수 있다. 문득문득 끼어드는, '살지 않았다는 회한'이 잡아끄는 '살아야만 한다는 다짐'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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