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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아버지 안재구, 저명한 수학자이자 남민전 사형수 父의 삶 이야기

2025-03-28

경북대 수학과 출신 통일운동가 父子

치매로 기억 잃어가는 아버지와 나눈

식민과 해방·전쟁과 분단의 현대사

생생한 증언, 뜨거운 감정 담아 서술

[신간] 아버지 안재구, 저명한 수학자이자 남민전 사형수 父의 삶 이야기
경북대 수학교실 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고(故) 안재구 교수의 모습. 〈저자 안영민 제공〉
[신간] 아버지 안재구, 저명한 수학자이자 남민전 사형수 父의 삶 이야기
안영민 지음/내일을여는책/496쪽/2만2천원
'아버지와 나의 관계가 단지 한 가정의 울타리 안에 갇힌 관계였다면 아버지의 존재가 내게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그 벽을 부수고 내게 다가온 것은 아버지를 묶고 있는 역사였다. (중략) 그 역사의 무게를 나도 함께 감당하겠다고 결심한 순간, 비로소 나는 아버지의 삶 속으로 한발 한발 다가설 수 있었다.'(419~420쪽)

저명한 수학자이자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형수였던 고(故) 안재구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약 5년이다. 그는 이 책의 저자인 아들 안영민과 함께 경북대 수학과 출신 부자 통일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신간 '아버지 안재구'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던 아버지를 간호하며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한 책으로 안재구 선생에 대한 회상기이자 간병기, 사부곡이기도 하다. 현대사와 긴밀히 엮인 그의 삶을 바탕으로 80여 년 가운데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들을 생생한 증언과 함께 써내려갔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안재구 선생은 독립운동을 한 조부(안병희)의 추천으로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 경북대 수학과 교수로 임용된 후, 1960~70년대 미분기학과 응용해석학 분야에서 여러 논문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해방 후 불모지와 다름없던 한국 수학계에서 가히 독보적인 존재였다. 은사인 박정기 전 경북대 총장의 뒤를 이어 '경북수학지(Kyungbuk Mathmatical Journal)'를 펴내기도 했다. 2004년 KBS '인물현대사'에서 고(故) 김용운 전 한양대 교수는 "당시 대한민국 내에서 저널을 세계로 보낸 건 '경북수학지' 하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잘 나가던 대학교수였던 그는 생애 두 차례 투옥됐다. 1979년 추석날 저녁, 남민전 준비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체포됐다. 이듬해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수학자 수백명의 연대 서명서로 인해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1988년 가석방된 후, 1994년에는 구국전위 사건으로 아들과 함께 구속됐다. 또다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9년 8·15 특사로 풀려났다.

안재구 선생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담은 이 책에는 식민과 해방, 전쟁과 분단, 민주와 통일의 현대사가 오롯이 담겼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책을 사부곡이나 가족사를 넘은 '현대사의 장중한 기록'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아버지의 삶이 '거대한 산맥'과 같았다며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아버지의 올곧고 변혁적인 삶을 담기엔 너무나도 파란만장하고 장엄하지만, 아들이자 동지로서 안재구 선생의 특별한 평전을 내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저자는 20여 년 전 아버지와 함께 책 '아버지, 당신은 산입니다'를 펴낸 바 있다. 이 책을 통해 현대사의 거친 파고를 지나온 두 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 신간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뜨거운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존경과 연민, 깊은 사랑으로 아버지 안재구 선생의 치열한 삶을 담담하게 서술한 것. '인간은 목표가 확고하고 사상이 투철하다면 자신을 불가능의 수준으로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나는 아버지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263쪽)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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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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