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이수지 백상 예능상 석권
출연자들 ‘화제성 1위’ 등극 인기
정치인도 이미지 쇄신 위해 출연

스타들이 평소 공개하지 않은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쿠팡플레이 예능 'snl'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스타들이 평소 공개하지 않은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쿠팡플레이 예능 'snl'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지난 5일 열린 '제61회 백상예술대상'은 한국 예능사에 기록될 족적을 남겼다. 시상식 60여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드라마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가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었다. 방송 부문 남자 예능상과 여자 예능상을 모두 'SNL'(Saturday Night Live) 출연자인 신동엽, 이수지가 싹쓸이 하면서 대세 프로그램의 파워를 입증했다. 예능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방송가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고 있는 'SNL'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스타들 망가질수록 시청률 쑥쑥
굿데이터 펀덱스가 발표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마지막주 비드라마 출연자 중 화제성 1위는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 '김사랑'이다. 예능 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신비주의 연기자로 이미지를 굳힌 47세의 그녀가 뜬금없이 오랜 공백을 뚫고 차트에 올라온 것은 왜일까. 그 배경에는 쿠팡플레이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SNL 코리아 시즌7' 출연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프로그램 시작부터 철저히 망가질 것을 약속한 김사랑은 이날 이전에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팬들에게 대방출했다. 가슴이 훅 파인 과감한 드레스에 걸걸한 입담, 몸을 사리지 않는 적극적인 연기 등 시원한 개그본능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줘 화제성 1위에 올랐다. 보는 이들의 심장이 쫄깃해질 정도로 19금의 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개그감을 표출했다.
예쁘고, 단정한 모습의 스타들이 단아한 이미지를 벗고, 파격적 모습으로 망가진 것은 이 프로그램에서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다. 프로그램 공개일인 매주 토요일 저녁이 되면 또 한 명의 스타가 진한 수위의 밈과 함께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11년 첫 출발해 시즌제로 운영중인 'SNL'의 이번 시즌 출연자는 하정우, 서예지, 윤경호, 현봉식, 문채원, 안재홍 등이다.
SNL의 인기비결을 두고 한 방송인은 “신동엽, 이수지, 안영미 등 크루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독보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여기에 매 회 출연하는 게스트의 매력이 덧입혀져 인기를 누리는 듯 하다"고 평했다.
◆물의 일으킨 스타들 이미지 세탁
자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코미디쇼 1위인 'SNL'은 대중의 관심이 큰 만큼 방송이 나간 후 영향력도 절대적이다. 일부 출연자의 경우 과도한 시청률 경쟁 속에서 다소 부적절한 출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탁재훈, 이태임, 이수근, 서예지 등 한때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SNL 출연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희화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다. 배우 서예지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웃음의 소재로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가스라이팅' '양다리' 등의 단어로 웃음을 안긴 서예지는 “진짜 억울한 건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앉아서 당하는 것, 그게 얼마나 억울한 건데" 라며 자신이 겪은 고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방송계 관계자는 “이미지로 대중과 소통하는 연예인의 특성상 코믹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에게 씌워진 부정적 요소를 가볍게 웃고, 털어버리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잘못을 옹호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그릇된 풍토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근 이미지 입힌다' 정치인 출연
'SNL'은 쿠팡플레이 자회사인 씨피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다. 신동엽, 이수지, 안영미, 김원훈, 정상훈, 지예은 등 수많은 크루들이 포진했다. 매 회 차마다 새로운 게스트를 초대해 그들의 반전매력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방송 초반에는 배우들 위주로 출연했지만 최근 들어 개그맨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SNL'은 김동연, 이준석, 한동훈, 홍준표 등 정치인들이 단골로 출연하며 대선가도에 불을 불이고 있다. 특히 국민의 힘 대선경선 후보로 최종까지 진출한 한동훈 전 후보의 경우 온라인에서 폭발적 관심을 모았다. '지점장이 간다' 코너에 출연한 그는 개그맨 정성호와 호흡을 맞춰 환상의 코미디를 보여주었다. 그가 출연한 영상은 공개 이틀만에 무려 620만회를 기록하는 등 인플루언서를 뛰어넘는 인기를 실감했다.
정치인들이 SNL에 출연하는 이유는 평소 정치인에게 입혀진 딱딱하고 거친 이미지를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상쇄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방송인은 “SNL은 원래 미국 NBC에서 처음 출발해 50년 이상 인기를 누린 장수프로그램이다. 긴 세월동안 사랑받은 비결은 코미디로 시대를 비틀고, 준엄한 시민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SNL이 더 오래 사랑받기 위해서는 방향을 잃지 않고, 각자의 할 일을 제대로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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