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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국적 상상력으로 쓴 배명훈 3년 만의 장편

2025-05-3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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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과 마법사/배명훈 지음/북하우스/388쪽/1만7천500원

 

국내 SF소설의 지평을 넓힌 작가 배명훈이 한국형 판타지 소설 '기병과 마법사'를 출간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가 장편소설로는 3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으로, 독재와 폭정이 난무하는 시대에 자신의 힘을 발견해 각성한 주인공이 어둠의 괴물을 퇴치하며 구원과 연대,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한반도 북부 너머 대륙의 드넓은 초원을 연상시키는 상상의 공간과 전근대가 떠오르는 상상의 시대에서 펼쳐지는 하이-판타지(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하는 판타지 장르) 작품이다.

 

스물일곱 살의 영특한 여성 '영윤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군주의 폭정으로 고통받는 나라에서 왕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겨우 살아가던 그녀는, 어느 날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한 남자와 원치 않는 약혼을 하게 된다. 도망칠 틈도 없이 목숨이 위태로워진 순간, 자신의 힘에 눈을 뜨게 된 윤해는 스스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살아남은 대가는 혹독하다. 이 일로 원한을 사게 된 윤해는 북방 지역 '술름'으로 유배와 다름없는 길을 떠나게 된다. 여정 중 '마목인'이자 유능한 기병 '다르나킨'을 만나고, 그와 힙을 합쳐 재앙이 도래한 잔혹한 시대에 맞서 싸운다.

 

저자는 이 책이 단순한 영웅담이 아닌 '작동하는 세계와 인간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구축된 세계관은 배경으로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가 스스로 움직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대의 힘은 위기가 고조된 마지막 순간 아주 특별한 힘으로 되돌아온다.

 

책 제목인 '기병과 마법사'에서 판타지 소설의 특징이 돋보인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대체로 사용되어지는 '기사(騎士)' 대신 '기병(騎兵)'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로써 서양 중세 판타지 소설의 관습을 깨고, 한반도의 문화적 맥락으로 해석한 '기병과 마법사'라는 독특한 조합을 만들어냈다. 익숙함을 비틀어 낯선 조합을 만들어내는 작가 특유의 한국적 상상력이 발휘된 지점이다.

 

저자는 이러한 설정을 기반으로 소설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깊이 있는 연구를 거쳤다. 한반도 기병에 대한 역사학·군사학 논문 서른 편을 정독하며 소설 속 인물이 딛고 일어설 사회문화적 배경을 탄탄하게 구축했다. 책에서 등장하는 '마목인' 역시 유목민을 가리키며, 초원의 존재와 온돌의 신비함은 중앙유라시아 분야를 탐구하며 직조해낸 세계관의 일부다.

 

특히 작가 고유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 긴박한 전술과 전투 묘사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정교하게 직조된 세계관과 촘촘하게 엮인 인간의 이야기다. 작가의 표현대로 '바로 여기가 원본인 판타지'인 만큼 이 모든 것이 합쳐져 가상의 세계에서도 왠지 모를 생생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SF소설가 김초엽은 저자에 대해 "가장 좋은 소설을 계속 갱신해 나가는 작가"라며 "거문담의 미스터리에 사로잡혀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기병과 마법사가 궁지에서 살아남아 끝끝내 행복해지기를 온 마음으로 바라게 되는 이야기"라고 평했다.

 

저자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재학 중 2004년 '테러리스트'로 '대학문학상'을 받았다. 2005년 '스마트D'로 '제2회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서 수상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집 '타워' '총통각하' '예술과 중력가속도'와 장편소설 '신의 궤도 1, 2' '은닉' '청혼' '맛집 폭격', 에세이 'SF 작가입니다' 등을 펴냈다. 2010년에는 '안녕, 인공존재!'로 '제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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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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