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토 히로후미 지음/서수지 옮김/사람과나무사이/274쪽/1만8천500원
프랑스 보르도 5대 샤토(Chateau)는 한 병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프랑스 브루고뉴 최고급 와인 '로마네 콩티'는 수천만원을 오간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폭등한 고급 와인이 있는 반면, 1만원대의 저렴한 와인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21세기 와인의 가격이 양극화되는 것처럼,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는 전 세계의 흐름이 맞물리는 부분에 주목했다.
책은 베스트셀러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에 이은 열 번째 시리즈다. 나이토 히로후미의 신간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는 '신의 음료'라 불리는 와인이 세계사에 개입해 어떻게 역사를 바꾸어 나갔는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와인과 세계사의 긴밀한 관계는 고대 그리스 민주정을 탄생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좁은 농토가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독특한 지형이라는 지리적 요인이 시작점이었다. 평민 계급의 농민들이 그 농토 위에서 포도나무를 심고 수확해 와인을 양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수준 높은 문화를 창조하고 비옥한 문화 풍토 위에서 활발하게 토론하며 정치의식을 높이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그 연장선에서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아테네가 소크라테스, 플라톤, 피타고라스 등 위인들을 배출해냈다. 와인이 세계사를 바꾼 첫 장면이다.
책은 고대 그리스부터 21세기까지 총 7장으로 나뉜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를 추동한 와인 △와인을 정치에 활용한 프랑스 왕국의 카롤루스 대제 △와인 명산지 보르도의 기반을 닦은 잉글랜드 왕 존 △와인 대국 독일의 포도밭을 초토화한 30년 전쟁 △프랑스혁명의 기폭제가 된 와인 입시세 △프랑스 와인을 세계 최고로 만든 나폴레옹 3세 △보르도·부르고뉴 절대 신화를 무너뜨린 캘리포니아 와인 등 세계사 곳곳의 사건들을 와인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현재 역사 작가로 활동하며 서양사·동아시아사·예술·종교 등 폭넓은 분야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유럽 왕실로 본 세계사' '세계사로 깊어지는 클래식 명곡' 등이 있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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