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단기 예타 통과 기록
발품과 전략이 만든 큰 성과
교통·주거·산업축 확립 완성
속도 잃으면 성과까지 잃어
달성 미래는 바로 지금부터

강승규 사회2팀장
대구 달성 제2국가산단(화원·옥포읍 일원) 예타 통과는 단순히 '행정 절차 하나를 마무리했다'는 수준에서 볼 일이 아니다. 전국 11개 후보지 중 가장 먼저 문턱을 넘었다는 건 정치·행정력, 그리고 지역의 절박함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더 본질적인 의미는 '속도'다. 국가사업에서 속도는 결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계획과 실행, 끈질긴 추진이 맞물려야 가능하다. 이번 속도는 그 세 가지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드문 사례다.
추경호 국회의원은 이 판의 '승산'을 미리 계산해 놓았다. 한국개발연구원 예타를 통과하려면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세 개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이 중 가장 큰 변수는 경제성, 즉 '실제 입주할 기업이 얼마나 되느냐'였다. 추 의원은 대구시와 240여개 기업의 MOU·입주의향서를 확보했다. 실사단 방문 전 해당 기업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달성 국가산단의 추가 조성 필요성과 입지 장점을 설득했다. 그 과정에서 얻어진 건 사업의 신뢰도와 구체성이었다. 정치인의 발품이 사진컷 몇장으로 끝나선 안된다는 점을 직접 보여줬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또 다른 측면에서 빛을 발했다. 산업단지라는 '경제의 껍질'만이 아니라, 그 안을 가득 채울 생활·교통·주거 인프라의 구체적 밑그림을 제시했다. 대구교도소 후적지 개발과 산업단지를 하나의 성장축으로 묶어 '달성의 내일'을 보여줬다. 국가사업 심사에서 이같은 밑그림은 단순한 보조자료가 아니다. 중앙부처가 "이 사업은 완성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핵심 증거다.
달성 제2국가산단 예타 통과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제대로 하면 할 수 있다는 것. 문제는 이런 사례는 우리가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데 있다. 이번 통과는 달성의 산업지형에 결정적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품고 있다. 산업단지 하나를 '공장 부지 몇 개 더 생기는 일' 정도로 치부해선 안된다. 교통망, 주거단지, 교육 인프라, 기업 생태계까지 연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매개체 성격을 띤다. 성공하면 성서에서 달성 국가산단으로 이어지는 대구 서남권 산업축이 이른바 '완결형 생태계로' 뿌리내릴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하면 수천억 국비를 쏟아부은 '유령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성패는 예타 통과가 아니라, 완공 이후 5년, 10년 뒤에 판가름 난다.
정치적 의미도 적지 않다. 예타 통과는 표를 얻는 이벤트가 아니다. 대부분 정치인은 그 시간을 선거 준비나 지역 민원 처리에 할애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하고, 행정이 이를 뒷받침했을 때 무엇이 가능한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같은 시스템은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선 절대 안 된다. '달성은 해낼 수 있다'는 이미지를 완공 때까지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 속도는 곧 힘이다. 국가사업에서 속도를 잃는 순간, 예타 통과라는 성과도 곧잘 빛이 바랜다. 지금의 속도를 설계·보상·착공·완공까지 끌고 가야 한다. 산업단지 부지만 확보하고, 정작 기업이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절반의 성공도 아니다. 기업이 들어오고, 인력과 돈이 모이고, 기술력이 자라나는 구조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번 예타 통과를 '성공 방식'으로 남길지, 아니면 다시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는 변명 속으로 돌아갈지는 향후 5년이 결정한다. 준비와 의지가 시종일관 안정감있게 유지된다면 이번 속도는 달성의 산업 지형도 뿐 아니라 대구 경제의 체질까지 확 바꿔놓는 중대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