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가동률 75%→50% 추락…입원·수술·외래 ‘반토막’
최근 5년간 간호사 800명 퇴직…저연차 이탈 심각 수준
전공의 모집률마저 붕괴…필수 진료과 공백 메우지 못해
노조 파업까지 이어져 입원·진료 환자 불안감까지 확산
경북대병원의 제2병원인 칠곡경북대병원 전경. 명실상부한 암 종합병원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북대 병원 제공>
경북대병원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중되는 경영난과 간호사 줄퇴직, 노조 파업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병원 내부는 물론 지역사회의 신뢰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김문수 국회의원실 제공>
2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대병원은 최근 5개 반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상반기 123억원 적자에서 시작해 올해 상반기에는 444억원까지 적자규모가 불어났다. 지난해 전체 손실액만 1천39억원에 달했다.
병상 가동률은 2021년 75.2%에서 2025년 상반기 50.4%로 25% 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입원환자 수는 49만7천명→16만3천명으로 67% 급감했다. 수술 건수 역시 3만4천건에서 1만건 수준으로 70% 감소했다. 외래 진료 건수도 135만건→ 55만건으로 60% 줄었다.
이 같은 경북대병원의 지표 악화는 전공의·전임의 이탈에 따른 진료 축소가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인력 공백이 수술·입원 기능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환자 유출이 가속화됐다. 병원 수익 기반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공의 빈자리를 채워줄 신규 전문의 채용이 재정난과 지역 기피 현상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남은 교수들의 피로도가 한계치에 이르게 된 것이 결국 '진료 축소의 악순환' 늪에 빠지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문수 국회의원실 제공>
인력난은 더 절박하다. 최근 5년간 본원과 분원을 합쳐 800명이 넘는 간호사가 병원을 떠났다. 그중 절반 이상이 5년을 채우지 못한 저연차다. 교대근무와 과중한 업무에 지쳐 떠난 젊은 간호사들의 빈자리는 단순한 결원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인력 기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처우개선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아 숙련된 간호사들이 이탈하고 그 자리를 신규 간호사가 채우다 다시 떠나는 '회전문 퇴사'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공의 모집은 사실상 붕괴 상태다. 올해 하반기 상당수 전공의가 복귀했지만, 필수 진료과의 인력 공백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최근엔 노조 파업까지 이어졌다. 이미 간호사 퇴직과 전공의 부족으로 의료 인력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파업은 병원의 숨통을 더 바짝 조이고 있다. 환자들은 병원 안에서 진료 대신 갈등을 먼저 목격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병원 내부 갈등은 노사 문제를 넘어, 환자 안전위협과 직결될 수 있다. 병원이 의료보다 파업과 갈등으로 주목받는 순간, 지역민의 불안은 커진다.
경북대병원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공식 의료지원 병원으로 지정됐다.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응급의료와 진료소 운영, 상황실 관리까지 맡아야 한다. 하지만 내부 인력난과 재정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료계 안팎에선 우려감이 크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북대병원은 단순한 병원이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민을 지탱하는 마지막 공공의료 안전망"이라며 "정부가 국정과제에 담은 권역 거점병원 육성과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정흡 전 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경북대병원 위기는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공공의료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전공의 이탈과 간호 인력 유출, 재정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과 필수의료 인력 확보 대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권역 거점병원의 기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