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남매지·치유의 숲까지…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쉼세권’
왕복 8km 남천은 '러너들의 성지'
시지·혁신도시 주민들 많이 찾아
남매지엔 72m 음악분수가 명물
산책로·데크길 가족·연인 휴식처
치유의 숲선 지친 몸·마음 재충전
경산 힐링 네트워크 '일상의 쉼표'
건강·여가 동시에 활력의 도시로
도시를 흐르는 경산 남천, 음악분수와 수변길이 빛나는 경산 남매지, 산자락 깊숙이 오감을 깨우는 경산 치유의 숲은 저마다 다른 얼굴로 시민의 하루를 감싸 안는다.
이들 공간은 단순한 공원이나 휴양지가 아니다. 바쁜 도시인들에게 하루의 속도를 늦추고 스스로를 돌볼 기회를 주는 치유의 생태 네트워크다. 걸음마다 몸이 가벼워지고, 숨결마다 마음이 맑아지며,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이 삶에 스며든다.
이곳에서의 한 걸음, 한 숨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되찾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길러 주는 선물이다. 쉼이 있는 경산, 그래서 경산은 '쉼세권'이다.

경산을 가로지르는 남천은 내실을 다진 생태하천이다. 맨발산책로와 파크골프장에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는다. 러닝의 성지로도 각광받는 남천에는 이웃도시인 대구에서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즐거운 경산의 생태하천 남천
경산에는 작지만 내실을 다진 생태하천이 있다. 바로 남천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생태하천 남천은 그저그런 동네 냇가가 아니다. 남천에는 시민들의 쉼과 즐김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일과 휴식을, 나와 다른 이를, 생활과 생활을 이어주는 삶의 공간이다.
경산시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총 300억 원을 투입해 남천을 '자연생태하천'으로 재탄생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제방 정비가 아니다. 830m 길이로 조성된 맨발산책로는 흙길과 소광장이 어우러져 맨발로 걸으며 땅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파크골프장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남천은 도시 한가운데에서 강과 사람, 빛과 바람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무대가 되고 있다. 길 위에는 부드러운 흙길과 나무 데크, 소광장이 리듬감 있게 이어지고, 곳곳에 놓인 징검다리는 강의 두 편을 이어주며 물과 발이 가까이 닿을 수 있도록 손짓한다.
이른 새벽에 남천을 찾으면 물안개로 감싸인 수묵화 한 폭을 마주한다. 밤새 차오른 물안개가 강 위를 부드럽게 감싸고,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은빛 물결은 천천히 황금빛으로 바뀐다.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는 백로를 지나 더위가 한 풀 꺾이자 남천을 달리는 러너들이 부쩍 많아졌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곳에서 달리는 이들에게 남천 코스는 '러너들의 성지'다. 왕복 8㎞ 가량의 남천에는 대구 수성구 시지와 동구 신서혁신도시 등 인근 대구시민들도 많이 찾는다.
밤이 되면 남천 영대교 경관 조명이 아름다운 수를 놓는다. 덕분에 남천은 야간에도 안전하고 아름다운 휴식처가 된다. 노을이 강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 길을 밝히는 가로등과 다리 위의 경관조명은 물 위의 별자리가 된다. 물소리와 빛이 함께 만들어내는 야경은 도심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낭만적인 무드로 하루의 끝을 천천히 감싸 안는다.

경산시청과 영남대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경산 남매지.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된 이곳엔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사진은 음악분수가 물을 뿜는 모습.
◆여유가 머무는 남매지
"경산의 한 마을에서 공부하던 아들은 과거 급제를 위해 한양으로 떠나고, 누이동생은 식모살이를 하며 그의 여비를 마련했다. 그러나 부잣집 아들의 악독한 괴롭힘 탓에 누이는 연못에 몸을 던졌고, 이를 구하려던 어머니도 목숨을 잃었다. 장원급제 후 돌아온 아들은 이 소식을 듣고 상소를 남긴 채 연못에 몸을 던졌다."
'남매지'라는 이름은 이 전설에서 왔다. 남매의 애틋한 이야기가 담긴 남매지. 지금은 '경산의 쉼'이라는 낱말의 큰 조각이 됐다. 경산시 청사와 영남대 교정이 조성되기 전부터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남매지는 이제 그 사이에서 여유라는 시원한 바람을 보내준다.
2016년 영남대를 졸업한 성태우씨는 직장과 주거공간은 대구지만 여전히 남매지와 남천을 찾는다. 최근 러닝을 취미로 시작한 그에게 남매지와 남천은 러닝 트랙인 동시에 추억이 담긴 저수지다.
"1학년을 기숙사에서 보냈다. 그때는 남매지를 진흙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군대에 다녀와 복학하고 나니 데크와 트랙이 있는 수변공원으로 조성돼 있었다"면서 "그때도 이랬었다면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남매지는 도시철도 2호선 임당역에서 내려 걸어서 15분이면 닿는다. 면적은 158.6ha, 제방 길이 520m, 둘레는 2.4㎞다. 2013년 산책로, 수상 관찰 데크, 연꽃식물원, 음악 분수, 바닥 분수 등을 설치했다.
남매지의 풍경은 다채롭다.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데크길은 사계절마다 표정이 다르다. 봄에는 벚꽃과 신록이 호수에 비치고, 여름에는 짙푸른 수면이 더위를 식힌다. 가을이면 단풍이 불타오르듯 물들이고, 겨울에는 고요한 수면이 도시의 분주함을 잊게 한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운동을 하며 하루의 긴장을 풀고, 가족과 연인들은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여름철엔 어린이를 끌어모으는 물놀이장도 있다. 또 공연장에선 버스킹을 하기도 한다. 또 걷다 보면 소담길이라는 안내판을 만나는데,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증진하고 출산 친화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2014년 경산시 보건소가 조성했다.
음악분수도 남매지의 명물이다. 퇴근 후 저녁 무렵, 남매근린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72m 길이의 음악분수다. 134개의 노즐이 쏘아 올리는 최대 60m의 물기둥은 82대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야경을 빚어낸다. 남매지 음악분수는 도심 속 문화 명소이자 시민의 마음을 풀어주는 '도심 속 오아시스'다. 음악분수는 6~10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회당 15~20분 운영한다.

경산 백천동에 자리잡은 경산 치유의 숲.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치유의 숲에는 여유와 휴식이 주는 치유로 가득하다. 다섯가지 감각을 깨운다는 오감숲길을 한 시민이 여유롭게 걷고 있다.
◆멈춤과 사색을 주는 치유의 숲
도심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백천동 산자락으로 향하면, 길은 어느새 경산 치유의 숲으로 이어진다.
치유의 숲이 주는 첫 인상은 한 마디로 '깊다'. 하늘을 가릴 만큼 곧게 뻗은 나무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은 숲 길 위에 금빛 무늬를 수놓는다. 흙길을 밟을 때마다 발끝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솔향 가득한 공기가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그러다 나무들 사이와 나무를 넘어 푸른 하늘이 보일 때, 모든 갈등과 갈증이 풀리는 기분이다.

경산 치유의 숲 힐링가든. 계절마다 다른 빛을 뿜는 힐링가든은 찾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면서도 안정을 준다.
이 곳의 사계절은 변화만큼 아름답다. 봄이 오면 연초록 새싹이 촘촘히 돋아나고, 여름이 되면 숲은 더 깊은 초록으로 빛난다. 나뭇잎이 빽빽하게 어우러져 만들어낸 그늘은 낮의 열기를 막아준다. 봄과 여름 사이, 수국이 방문객을 맞는다. 가을에는 나무마다 다른 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겨울이 오면 숲은 한층 고요해진다.
치유의 숲에는 곳곳에 숨은 길과 공간이 이어진다. 물소리가 잔잔히 들리는 물치유장, 다섯 가지 감각을 깨우는 오감숲길. 나무와 꽃, 그리고 각종 허브가 어우러진 힐링가든, 고요히 앉아 사색할 수 있는 명상장이 있다. 하지만 이 곳 전체가 힐링과 명상의 공간이다. 치유센터 건물에서 뒤편 물치유장으로 바라보면 멀리 능소화와 함께 '경산 치유의 숲'이라 적힌 포토존이 보인다.
치유의 숲엔 대상별로 다른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시니어를 위한 오감 자극 걷기와 손·발 마사지는 인지 및 신체 기능 향상시킨다. 스트레스와 번아웃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을 위해서는 '활력드림' 코스가 마련돼 있다. 이 코스에서는 숲길을 걷고 명상을 하면서,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조용히 보슬비가 오는 날에는 더욱 특별한 정취를 선사한다. 우산으로 떨어지는 낮은 빗소리를 들으며 숲을 걷고 정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여유가 이 곳에 있다.
오늘도 경산시민들은 남매지를 달리고, 남천을 걷고, 치유의 숲에서 숨을 고르며 경산의 내일을 그린다. 이 힐링 네트워크가 쌓아 올린 일상의 쉼표는 경산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건강과 여가가 일상이 되는 도시로 만들고 있다.
글=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박준상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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