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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상버스 자동 리프트 고장 문제, 스웨덴은 ‘수동’으로 풀었다

2025-09-29 18:33

길 위의 차별을 넘어서 - 장애인 이동권, 경계를 허물다④
버스 리프트 고장 ‘공통문제’, 수동으로 해결
스톡홀름시의회 ‘접근성과 참여’ 프로그램 규정
신규 인프라에도 접근성 보장 요소 철저 반영

지난 9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영남일보 취재진과 함께 동행 르포한 잉겔라 라르손씨가 저상버스에 탑승하는 모습. 스톡홀름 버스엔 수동 리프트가 장착돼 있어 고장 위험이 적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지난 9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영남일보 취재진과 함께 동행 르포한 잉겔라 라르손씨가 저상버스에 탑승하는 모습. 스톡홀름 버스엔 수동 리프트가 장착돼 있어 고장 위험이 적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반복되는 저상버스 자동 리프트(경사로) 고장 문제. 대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 반대편 스웨덴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졌다. 스웨덴은 이 문제를 '수동'으로 풀었다.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간) 스톡홀름 지역교통청(SL)에서 만난 엘레오노라 바시와 멜커 라르손 접근성 담당자는 버스 자동리프트 고장 문제와 관련해 "스웨덴도 아주 많이 겪은 일"이라고 했다. 겨울철, 한국보다도 눈이 훨씬 많이 내리는 스웨덴에선 제설용 모래와 자갈 등이 전동 장치에 끼어 절반 가까이의 자동 리프트가 멈춰 섰다는 것.


의외로 해법은 단순했다. 바로 '수동 리프트'가 실마리였다. 버스 뒷문 바닥에 납작하게 접어뒀다가 필요할 때 펼치는 방식이다.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고장 위험도 적다. 설치비까지 절감된다.


라르손 담당자는 "수동 리프트의 무게는 열고 닫는 데 힘들지 않지만, 300㎏까지 견딜 수 있는 자재로 만들어져 있다"며 "장애인이 직접 이 장치를 만지긴 쉽지 않겠지만, 버스기사나 동행자들이 충분히 도와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버스 뒷문엔 장애인 마크가 그려진 동그란 버튼이 장착돼 있다. 필요시 운전기사를 호출하거나, 타고 내릴 때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SL 스톡홀름 지역교통청에서 멜커 라르손 접근성 담당자가 스톡홀름의 교통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지난 9일(현지시간) SL 스톡홀름 지역교통청에서 멜커 라르손 접근성 담당자가 스톡홀름의 교통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사진 왼쪽부터 SL 스톡홀름 지역교통청 접근성 담당자인 멜커 라르손, 엘레오노라 바시.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사진 왼쪽부터 SL 스톡홀름 지역교통청 접근성 담당자인 멜커 라르손, 엘레오노라 바시.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스웨덴의 대중교통 접근성은 법적 토대 위에 구축돼 있다. UN 장애인권리협약(UNCRPD), EU 접근성법과 교통 관련 지침, 스웨덴 차별금지법 등이 모두 준수 대상이다. 바시 담당자는 "접근성 가이드라인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어린이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교통청은 지난 10여년간 가장 큰 변화로 '차량의 저상화'를 꼽았다. 계단식 구조였던 버스와 열차 차량 등이 플랫폼과 같은 높이의 저상 구조로 전환돼, 승하차시 단차가 크게 줄었다는 것.


여기엔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의 국제 규격 표준화도 큰 역할을 했다. 라르손 담당자는 "스웨덴은 인구가 적은 시장이라 버스 제조업체에 독자적 요구를 관철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거의 비슷한 조건을 내세울 수밖에 없고, 국제표준을 따라야 한다. 다만, 유럽 공통 기준을 따르면서도 스웨덴만의 변형이 일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수도 스톡홀름은 현재 30㎞ 구간에 18개 신규 지하철 역사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반적인 인프라 확충 사업이지만, 모든 역사는 접근성 지침을 반드시 충족하도록 설계된다. 담당자들은 "출입구 위치부터 이용 편의까지 도시와 협력해 논의한다"며 "새로 짓는 역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고 했다.


스톡홀름 시의회에서 채택된 접근성과 참여 프로그램(2024-2029) 스톡홀름시 제공

스톡홀름 시의회에서 채택된 '접근성과 참여 프로그램(2024-2029)' 스톡홀름시 제공

스톡홀름 공무원들이 시내에서 휠체어를 타면서 장애인의 시각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스톡홀름시 제공

스톡홀름 공무원들이 시내에서 휠체어를 타면서 장애인의 시각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스톡홀름시 제공

스톡홀름 도시차원의 종합 정책도 눈에 띈다. 2024년 2월 스톡홀름 시의회에서 채택된 '접근성과 참여 프로그램(2024년~2029년)'은 장애인의 이동, 주거, 정보·통신, 건강, 문화·여가, 민주주의 참여 등 권리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특히 "장애가 있는 이들은 스톡홀름의 모든 환경, 실내 및 실외에서 이동하고 머무르며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위기 상황에서 동등하게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조항은 도시 정책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시는 건축·개보수시 처음부터 접근성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계획하고 건설해야 한다. 대중교통뿐 아니라 공공장소·주거·정보 시스템까지 포괄적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장애 체험 교육을 벌이면서 장애인의 시각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 휠체어를 타거나, 눈을 가리고 도심을 다니며 장애물을 발견하는 방식의 훈련이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형성하는 방편이 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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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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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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