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두달만에 16만명 돌파
벤치마킹 줄 잇는 달성 모델
말 아닌 성과로 증명된 정책
문화 정책의 전국적 본보기
단체장 추진력이 만든 성과

강승규 사회2팀장
개관 두 달 만에 14만명이 다녀간 도서관이 있다. 임시 개관 기간까지 합치면 16만명. 숫자만 보면 서울 대형 전시관이나 관광 명소에 견줄 만하다. 대구 달성어린이숲도서관 얘기다. 최근 담양군·성주군의회, 한국교육개발원은 물론 일본 대학 관계자까지 '벤치마킹'을 위해 줄줄이 찾아왔다. 지역 현장에서 출발한 도서관이 전국적·국제적 관심을 받는 장면은 흔치 않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문화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듯하다.
겉보기엔 그냥 도서관 한 채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차별점이 차고 넘친다. 영유아 발달 단계별 맞춤형 열람 공간, ICT 기반 학습 지원, 가족 단위 문화 프로그램까지. 책 창고가 평범한 수준이 아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쌓는 이른바 '문화 플랫폼'이다. 달성군이 내건 슬로건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도시'가 헛구호가 아님을 입증하는 장치다.
달성 사례가 각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수도권 집중, 지방 소멸이란 구조적 위기 속에서 지방 중소도시가 스스로 살 길을 찾았다는 점이다. 솔직히 공공도서관 건립은 어디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간을 운영하는 철학과 프로그램의 결은 다르다. 달성은 과감히 기존 틀을 깼고, 그 판단은 주효했다. 아이와 가족을 최우선에 둔 발상은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도시'라는 군정 철학을 실질적 성과로 바꿔냈다. 말과 슬로건을 통한 외침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증명한 케이스다. 지방이 중앙을 향해 손 벌리는 대신, 스스로 해법을 찾은 것이다. 전국적 시선이 모아지고, 해외 대학까지 찾아오는 건 어쩌면 놀랄 일도 아니다.
세계 각국은 '도서관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책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공공도서관은 오히려 더 알찬 공동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의 '오디 도서관'은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토론하고 배우는 생활 광장이 됐다. 미국 시애틀 중앙도서관도 지역 재생의 상징이자, 관광명소가 됐다. 달성어린이숲도서관의 존재도 이런 세계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단순 모방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달성이 국제적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고, 이를 지방 현실에 맞게 실현해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물론 숙제도 있다. 2만8천권 대출 실적이 말해주듯, 수요는 폭발적이다. 이 흐름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도서관은 인력 운용과 재정 지원이 동반되지 않으면 반짝 인기몰이를 한 후 사라지기 십상이다. 특히 프로그램이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세대를 아우르는 '생활 속 독서문화'로 안착하려면 꾸준한 투자와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다. 지방 정부가 제시한 모델이 전국적 대안으로 자리잡으려면 '지속 가능한 운영'이라는 키워드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지역 사회와의 연결성도 고민해야 한다. 학교 교육과 긴밀히 협력하고, 마을 공동체와 생활문화 활동을 연계해야만 도서관은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된다. 주민 스스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만들어가는 구조가 자리잡을 때, 도서관은 관주도의 행정 사업에서 벗어나 비로서 주민 자치의 확실한 실험장이 된다. 달성군이 잘한 것은 바로 이 지점까지 내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도서관을 지역 공동체와 아이들의 미래를 담는 '살아 있는 플랫폼'으로 기획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놀랍다. 다른 지자체가 꼭 본받기를 바란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