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대구 수성구 K1식자재마트 본점 입구에는 부도소식을 듣고 물건 회수를 위해 몰려온 납품업체 차량들이 뒤엉켜 있었다. 이동현 기자
14일 오전 10시 전날 부도 처리(영남일보 11월13·14일자 1면 보도)된 지역 유통업체 'K1 식자재마트'에는 아침부터 납품했던 물건들을 조금이라도 회수하기 위한 확보전이 펼쳐졌다. 매장 외부 주차장은 이미 물건을 실으러 온 납품업체의 탑차들로 가득찼다. 속속 도착하는 차량에서 내리는 납품업자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한숨을 푹푹 내쉬기도 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부도 소식을 모르고 방문한 이들은 "장사 안하나요"라고 물었다. 내부에서 물품을 정리하던 마트직원들이 "장사 안합니다. 부도나서 폐업했습니다"라고 답해주자, 고객들은 발길을 되돌렸다.
14일 대구 수성구 K1식자재마트 본점 2층 매대가 텅 비어있었다. 이동현 기자
내부는 전날부터 빠져나간 물품으로 자리가 비어있었고, 박스와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중소 납품업체들은 물론 대·중견기업 유통 관계자들도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바빴다.
카트에 본인이 납품했던 각종 식자재들을 담던 A씨는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물건을 회수하러 왔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참치캔 등 저장식품을 카트에 싣던 B씨는 "다 손해를 입은 상황이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금액이 크다. 수억씩 손해를 입은 곳이 있다"고 덧붙였다.
2층 엘리베이터 소리가 울리고 문이 열리자 주방용품 납품업체 관계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여사님 지원군들이 왔습니다. 얼른 다 담아서 나갑시다"라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여성 관계자들이 준비한 비닐봉지에 매대의 물건을 연신 쏟아부었고, 남성들은 큰 봉지를 어깨에 메고 바깥으로 날랐다.
물건을 빼가던 납품업체끼리도 갈등이 생겼다. 본인들의 물건이 아닌데도 먼저 물건을 빼간 것. 물건을 빼앗긴 납품업자 C씨는 "자기들 물건도 아닌데 다 빼갔다"며 "여기있는 전자제품들도 내가 빨리와서 지키지 않았다면 다른 업자들이 가져갈 뻔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3층 사무실은 비어있었다. 마트 직원들이 본인 물건을 챙기러 왔으나 본사 소식은 전혀 알지 못했다. "고생 많이 했다", "단체채팅방 만들어놓고 같이 논의해보자" 며 정들었던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서로 건넸다.
직원 D씨는 중간관리자인 직원에게 "어디 일할 곳 없나. 막막하다"며 울먹이며 호소했다.
13일 최종 부도처리된 지역 유통업체 K1식자재마트는 대구경북에 7~8개 지점을 보유한 대형 유통업체로, 무분별한 확장 등으로 인한 경영악화가 부도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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