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불붙은 정년 연장, 정교한 제도 설계가 먼저다 등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정년 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법정 정년과 공적 연금 수급 시점 사이의 소득 공백,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등을 해소하기 위해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감소로 청년들의 취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청년 고용 대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지난 8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와 국회에 연내 법정 정년연장 입법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65세 법정 정년연장 공약을 약속대로 이행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공약에 이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한 단계적 65세 법정 정년연장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6일 민주노총과의 정책 간담회에서 "정년 연장이 정부 국정 과제로 반영된 만큼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연내 입법에 힘을 실었다.
정부와 노동계가 우려하는 소득 공백 문제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청년층 일자리 감소, 기업의 인건비 부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청년층(15∼29세)의 고용률은 17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 위기였던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공채 축소와 경력직 위주 채용 기조 등 구조적인 문제로 청년 고용시장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경영계도 정년 연장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년 연장 시 인건비로 인한 기업 부담이 커지고, 이는 청년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우려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 대안으로 임금 체계와 직무 조정이 가능한 '퇴직 후 재고용'을 제시했다. 일각에선 정년 연장으로 일자리를 둔 세대 간 갈등이 악화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로 인해 신규 고용 창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라는 난제에 맞닥뜨렸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 도출과 합리적 대안 마련 등 정교한 제도 설계 후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보다 앞서 65세 정년을 도입한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필연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잠식할 수밖에 없는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충분히 살펴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노동계와 정치권의 압박만으로 밀어붙일 일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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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이런 검찰개혁을 원한건가?
검찰이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이후 항소를 포기했다. 구형과 차이가 나면 기계적으로 항소해 왔으며,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한 항소는 당연한 절차처럼 여겨왔던 검찰의 관행에 비쳐볼 때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2심 재판부는 대장동 사건 피고인들에게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또 검찰이 대장동 피고인 5명에게 청구한 추징금 7천800여억원중 1심 재판부는 473억원만 받아들였기에, 항소심에서 나머지 범죄 수익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졌다.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서 대검과 법무부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수사 검사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고, 항소 결정을 번복했던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야당은 대장동 사건에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는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당 및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는 '항소의 실익이 없다' 며 합리적 판단이자 기계적 항소에 대한 반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시에 반발하는 수사검사들을 '정치검사'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검찰의 기계적 항소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1심뿐 아니라 2심에서도 무죄 판결난 사건조차 검찰이 기계적으로 항소하면서 경제적·심리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국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에 기계적인 항소 포기가 적용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대장동 사건은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와 관련된 사건인만큼 한점 의혹없이 사실을 가려야 한다. 대장동 사건은 복잡한 자금 흐름, 권력 주변 인물들의 개입 정황 등으로 볼 때, 상급심의 재검증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검찰이 스스로 항소권을 내려 놓는 것은 정치권력앞에 굴종한 것처럼 비쳐진다. 기계적 항소 관행에 대한 반성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어색하고 작위적이다.
이번 사안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과도 연관된다. 검찰개혁을 통해 기계적인 항소는 근절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권력과 자본, 사회의 특권층에 대한 법의 평등한 적용을 실천하는 것이여야 한다. 항소 포기가 정권과 관련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방편이 된다면 그것은 개혁의 이름으로 포장한 퇴행이다. 진정한 검찰 개혁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용기에서 출발한다. 만약 이번 결정이 정치권력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면 대한민국 검찰사에 또하나의 치욕적인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검찰을 '정의의 마지막 보루'로 부르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는 누가, 무슨 근거로,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했는지 국민앞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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