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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대구 골목상권 붕괴 조짐…외식업 절반, 3년을 못 버틴다

2025-11-18 18:19

대구 골목상권의 기반이 빠르게 흔들림
주요 생활업종 창업 3년 생존율 60.7%로 하락
코로나 이후 경기 변동성 증가, 폐업자는 12.5% 늘어

18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상가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18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상가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 골목상권의 기반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자영업 비중이 90%를 넘는 도시에서 골목상권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최소 단위다. 이 축이 약해지면 전반적인 소비 흐름까지 출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수요 변화에 민감한 음식점·식료품·편의점 등 생활밀착 업종의 절반 이상이 창업 3년을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면서, 골목경제 전반에 위험 신호가 켜지고 있다.


영남일보가 18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서 지난해 주요 생활업종 55종의 3년 생존율을 확인한 결과, 1년 평균 생존율은 85.5%였다. 하지만 3년 생존율은 60.7%로 크게 떨어졌고, 5년이 지나면 50.1%로 내려 앉았다. 조사 대상 55개 업종 가운데 5년 생존율이 50%를 밑도는 업종이 32개나 됐다. 창업 이후 다섯 해를 채운 업체가 10곳 중 절반에 그친 셈이다. 전국 5년 생존율(48.3%)과 비교하면 소폭 높지만, 대구 역시 절대적으로 취약한 수준이었다.


◆외식·카페가 무너졌다


대구지역 음식업 등 외식업 생존율. <출처 국세청>

대구지역 음식업 등 외식업 생존율. <출처 국세청>

가장 뚜렷하게 무너진 분야는 음식업이었다. 생존율 하락 폭이 전(全) 업종 중 가장 컸다. 중식음식점의 5년 생존율은 26.9%로, 열 곳 중 두 곳만 남았다. 기타 음식점(29.4%)과 일반음식점(34.7%)도 큰 차이가 없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하는 한식음식점조차 1년 79.6%에서 5년 35.1%로 내려앉아 열 곳 중 여섯 곳 이상이 폐업했다. 분식점은 5년 생존율이 26.6%로 전국 평균(30.9%)에도 못 미쳤고, 치킨·피자·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점 역시 1년 86.9%에서 5년 33.5%로 떨어졌다. 대구지역 음식업 4개 업종의 평균 5년 생존율은 33.3%로 전국 평균(34.1%)보다 낮았고, 분식·패스트푸드까지 포함하면 대구 외식업의 이탈 속도는 더 빨랐다.


201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커피전문점도 예외가 아니었다. 5년 전 2천916곳이던 매장은 올해 9월 4천493곳으로 1천577곳(54%) 급증했다. 하지만 생존율은 정반대였다. 5년 생존율이 36.6%에 그치는 등 세 곳 중 두 곳은 다섯 해를 버티지 못했다. 창업 장벽은 낮은데 수요 기반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커피전문점은 '들어가기는 쉬운데 버티기는 어려운' 업종으로 굳어졌다.


대구지역 식품·소매업 생존율. <출처 국세청>

대구지역 식품·소매업 생존율. <출처 국세청>

동네 상권을 지탱하는 식품·소매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일가게는 1년 75.0%에서 5년 38.1%로 줄었고, 식료품가게는 86.4%에서 33.2%까지 떨어졌다. 제과점의 5년 생존율은 38.6%로 집계됐다. 이들 중에서는 편의점만 5년 51.9%로 절반 이상을 유지했으나, 이 역시 전국 평균(55% 내외)에는 미치지 못했다. 동네 슈퍼마켓도 1년 87.4%에서 5년 45.6%로 내려 앉았다. 온라인 소비 확대로 오프라인 수요가 약해진 데다 경쟁이 겹치며 생존율이 전반적으로 추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의 불안정한 변동 폭은 골목상권이 얼마나 취약한 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골목마다 들어설 만큼 출점이 늘었던 편의점은 2020년 1천594개에서 2023년 2천186개까지 급증했다가 올해 2천121개로 다시 줄었다. 코로나19 시기 근거리 수요가 일시적으로 확대되며 창업이 몰렸지만, 수요가 정상화되자 과포화된 시장에서 폐업이 빠르게 이어진 결과다. 실제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자영업 변동성은 더 커졌다. 폐업자 수는 2020년 1만9천755건에서 지난해 2만2천227건으로, 2천472건(12.5%) 증가했다. 생존율은 낮고 폐업까지 늘어난 이 흐름은 대구 골목상권이 안정적인 수요 기반 없이 '열렸다가 곧 사라지는' 악순환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버티는 업종' '무너지는 업종' 갈라졌다


외식·소매가 빠르게 무너지는 반면, 병원·건강·여가 업종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생활필수 서비스업에서는 미용실이 1년 93.8%, 5년 63.3%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더. 그러나 목욕탕은 1년 100.0%에서 3년 44.4%, 5년 37.9%로 크게 떨어졌다. 설비·관리비 부담이 장기 생존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대구지역 여가·취미업종 생존율. <출처 국세청>

대구지역 여가·취미업종 생존율. <출처 국세청>

여가·취미 업종은 전반적으로 낮은 흐름이었지만, 음식업처럼 급락하는 양상은 보이지 않았다. PC방은 1년 77.0%에서 5년 45.9%를 유지했고, 실내스크린골프장은 5년 생존율이 38.9%였다. 헬스클럽은 이들보다 안정적이었다. 1년 92.3%에서 5년에도 57.5%를 기록해 전국 평균(51.6%)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낙폭은 음식업·소매업보다 작지만, 장기 생존율이 40~50%대에 머물며 골목경제의 또 다른 취약 축을 형성하고 있었다.


대구지역 의료·건강업종 생존율. <출처 국세청>

대구지역 의료·건강업종 생존율. <출처 국세청>

의료·건강 업종은 흐름이 완전히 달랐다. 동물병원과 신경정신과의원의 5년 생존율은 각 90.0%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았다. 내과·소아과의원은 88.9%, 치과의원은 80.6%, 산부인과는 75.0%를 기록했다. 이들 5개 업종의 평균 5년 생존율은 84.9%로 전국 평균(75~82%) 보다도 높았다. 대구에서는 '버티는 업종'과 '무너지는 업종'의 간극이 전국보다 더 넓게 벌어지고 있었다.


유흥업종의 장기 생존율은 또 다른 흐름을 보였다. 간이주점의 5년 생존율은 34.8%, 호프주점은 32.8%로 낮은 수준이지만 전국 평균(28.2%, 27.5%)보다는 높았다. 노래방 역시 5년 생존율이 41.9%로 전국 평균(36.8%)을 웃돌았다. 겉으로는 대구 유흥업종의 생존력이 더 높아 보이지만, 이는 업종 경쟁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코로나 시기 이미 대규모 퇴출이 이뤄지며 약한 매장이 먼저 정리됐기 때문이다. 실제 2019~2023년 사이 대구 간이주점은 272개에서 208개로 23.5% 줄었고, 호프주점도 575개에서 467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노래방은 269개가 폐업했다. 결국 '버틸 수 있는 업체만 남은 생존자 효과'가 생존율을 상대적으로 높여 보이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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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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