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화산마을에 귀촌한 김태현(오른쪽)·신수빈(왼쪽)씨 부부가 집마당에서 다정하게 저녁노을을 감상하고 있다. <신수빈씨 제공>
"치열한 일상을 뒤로하고 자연과 이웃해 사는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었요."
서른아홉 동갑내기 부부는 고민끝에 귀촌을 결심했다. 그렇다고 도시생활이 팍팍한 것은 아니었다. 아내 신수빈씨는 임상병리사로 일했고, 남편 김태현씨는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초등학생인 두 자녀도 바르게 자랐다. 하지만 늘 마음 한편 아쉬움이 남았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며 살고 싶었다.
그렇게 부부는 제2의 삶을 선택했다. 그들이 자리잡은 곳은 이른바 '오지 중의 오지'로 불리는 대구 군위군 화산마을이다. "밤이면 어디선가 여우 울음소리가 들리고, 멧돼지가 내려올 것만 같은 곳"이다.
젊은 부부가 자녀 교육을 고려하면 산골 정착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실제로 아이들은 아침마다 택시를 타고 학교에 등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부부는 2021년부터 2년여 동안의 산골 생활을 경험한 뒤 바로 귀촌을 결심했다. "살아보았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는 것이 부부의 설명이다.
귀촌의 기반은 아내 신씨의 어머니가 먼저 닦아 놓았다. 어머니는 2016년 화산마을에 정착해 농사를 지으며 '촌캉스'사업을 시작했다. 이 경험이 계기가 되어 부부는 손님들이 묵어갈 수 있는 오두막 숙소를 마련해 체험형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오두막에서 내려다 보는 전망은 절경 그 자체다.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 보면 세상의 모든 잡념이 구름에 실려 가며 사라지는 듯하다. 오두막 숙소는 입소문을 타며 점차 사람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고, 유명연예인도 묵어 갔다. 이제는 캠핑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현재 신씨는 치유농업사와 원예치료사 과정을 공부하며 오지마을에서의 삶을 단단히 다지고 있다. 마당에는 닭이 뛰놀고, 개들은 느긋하게 자리를 지킨다.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 듯한 이곳에서 부부는 도시에서 잃어버린 여유를 되찾고 있다. 자연은 불필요한 욕심을 내려놓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사람과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주는 배움의 장이 되고 있다.
늦가을, 군위군 화산마을에는 찬 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릴 듯한 계절이지만, 이들 가족은 오지에서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부부에게 산골 생활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다시 살아보는 삶'을 향한 결심에 가깝다.
이경화 시민기자 leekyunghwa101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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