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구시청 여자 핸드볼팀에 입단한 고채은 선수가 핸드볼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지난 4일 대구시청 여자 핸드볼팀에 입단한 고채은 선수가 핸드볼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이효설기자
"신입이지만 언니들에 기눌리지 않고 저만의 패기를 보여주는 경기 펼치고 싶어요."
지난 4일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 핸드볼장에서 만난 대구시청 여자 핸드볼팀 고채은(19) 선수는 키가 훤칠했다. 160cm 중반의 또래 선수들이 적잖지만, 그의 키는 180cm. 골키퍼인 그가 골대 앞에서 팔을 들어올리자 상대 선수들은 쉽게 공을 때릴 곳을 찾아내지 못했다.
고채은은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됐다. 팀의 에이스 정지인과 함께 대구 여자 핸드볼팀의 미래를 밝힐 주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내년 초, 대전체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대구에 키퍼가 2명 정도 있어서 내가 뽑힐 줄 솔직히 몰랐다"면서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게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당찬 포부부터 밝혔다.
자신의 장점으로 '장신'을 먼저 꼽았다. 상대 선수가 골대 앞에서 슛을 할 때 키퍼의 키가 크면 상대적으로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공격수로선 공을 때려 넣을 공간이 좁아져 유리하다는 것.
"키가 큰 내가 공을 막고, 있는 힘을 다해 포효하면 우리팀에 자신감을 막 불어넣는다. 반대로, 상대 선수들은 큰 기합소리에 자신감이 눌려 슛을 못넣는다"는 그는 또다른 자신의 장점에 대해 우렁찬 세레머니라고 덧붙였다.
대구시청 여자 핸드볼팀은 1984년 창단됐고 팀의 황금기인 2000년대에는 핸드볼큰잔치, 실업리그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한동안 최하위권에 머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2024-25 H리그에서는 세대교체와 신인 선수들의 활약으로 점차 경기력을 회복했다.
실업에 첫발을 디디게 될 고교선수로서 성적이 좋은 팀에 가고싶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채은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팀의 분위기가 좋은 곳에서 운동해야 경기할 맛이 난다. 대구에서 연습한지 2~3주 됐는데 같이 해보니까 언니들이 하나라도 알려주려고 해서 힘이 난다"고 웃었다.
핸드볼 선수의 하루 루틴이 궁금하다. 오전 10시부터 90분동안 웨이트, 점심 식사 후 휴식,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핸드볼 연습, 오후 6시30분부터 8시까지 개인 운동을 한다.
'선수로서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냐'고 묻자, 그는 "열심히 하는데 안된다는 느낌이 올 때다. 상대 선수의 벽이 너무 높아 도저히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을 때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슬럼프에 대처하는 필살기에 대해선 "힘들어도 결국 핸드볼을 해야 하지 않느냐. 기분좋게 운동하는 수밖에 없다. 계속 하다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고채은의 '워너비'는 은퇴한 박미라 선수다. 삼척시청 소속의 골키퍼 박미라가 필드에 들어가면 상대 선수들의 등이 굽을 정도로 위축되는 모습이 보였다고. 리그 통산 최다 방어 기록을 보유한 그에게 선수들이 붙인 별명은 '통곡의 벽'이었다.
그는 "존재감만으로 상대 슈터들을 기죽게 하는 발빠르고 노련한 키퍼가 되고 싶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당장 2025-2026 시즌 핸드볼 H리그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한다. 그것부터가 꿈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효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