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영남일보DB
지난해 2월13일, 투자 리딩 조직에 합류하기로 한 20대 남성 A씨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목적지는 캄보디아 차이툼 일대의 한 건물. 이곳은 주식 투자 리딩을 가장한 사기 조직의 사무실이다. 조직은 총책을 중심으로 텔레마케터, 계좌 공급책, 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이 범죄에 사용한 수단은 가짜 주식매매 프로그램(HTS). 'IDEAL FUL', 'DKR TOP' 등으로 명명된 프로그램은 실제 주식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허위 투자 사이트였다. 화면에 표시되는 매매 내역과 수익은 조작된 것이었다.
A씨는 조직에 합류한 뒤 채팅방에서 펀드매니저를 사칭,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작년 4월, 그는 네이버 밴드 대화방에 참여한 피해자들에게 "AI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을 자동 매매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안내하며 가짜 HTS 설치를 권유했다. 피해자들은 지정된 계좌로 투자금을 송금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피해자 26명으로부터 29억5천여만원을 송금받았다.
같은 해 5월27일, B(30대)씨도 캄보디아로 출국해 같은 사무실에 합류했다. 그는 'DKR 파트너스' 관계자를 사칭하며 다른 채팅방에서 활동했다. 작년 6월 이후 그는 "300~400%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설명과 함께 가짜 HTS 'DKR TOP' 설치를 권유했다. B씨도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피해자 16명으로부터 9억1천여만원을 뜯어냈다.
수십명의 피해자와 수십억원에 달하는 피해금을 발생시킨 둘은 결국 사기,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대구지법 형사8단독 김미경 부장판사는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3년 6개월,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조직적, 체계적 역할 분담을 통해 치밀하고 기만적인 수법으로 불특정 다수에게서 금전을 가로챈 범죄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피해금액이 거액임에도 변제나 합의가 대부분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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