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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 우리이웃] 하윤주씨의 공동육아 30년

2025-12-30 17:34
대구 공동육아의 시간과 맞닿은 삶을 산 하윤주 시지마을공동체 운영위원장. 사진은 하 위원장이 미술사 강의를 하는 모습. <하윤주 시지마을공동체 운영위원장 제공>

하윤주 시지마을공동체 운영위원장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 궤적은 자연스럽게 대구 공동육아 30년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 그의 공동체 여정은 2002년, 첫 아이를 '씩씩한 어린이집'에 보내며 시작됐다. 이후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해바라기 방과후'에 참여해 활동을 이어가며 공동육아의 현장을 지켜왔다.


'해바라기 방과후'는 아이들이 하교 뒤 자연 속에서 스스로 놀고 배우도록 하자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됐다. 교사를 선발하고 프로그램을 꾸리는 일부터 운영 전반까지 부모들이 직접 맡았다. 필요할 때는 지자체의 지원을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가장 큰 힘은 부모들이 십시일반 보탠 정성이었다. 하 위원장은 늘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조합원들과 보조를 맞춰 움직여왔다.


공동육아의 실천은 마을로까지 확장됐다. 처음에는 육아 모임이었던 '꿈지락'이 점차 범위를 넓혀 '시지 마을 공동체'로 성장했고, 마을 공유공간 '톡톡'으로 이어졌다. 톡톡은 씩씩한 어린이집과 해바라기 방과후 인근에 자리해 육아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마을 공동체로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겨울나무에 뜨개 옷을 입히는 활동부터 어반스케치, 수학 공부 모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며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술사 박사 과정을 수료한 하 위원장은 대학 강의뿐 아니라 마을 안에서도 배움의 자리를 열고 있다. 그는 마을에서 함께 산다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도 함께 자라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지난 11월 열린 대구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30주년 행사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무대에 올랐다. 어린 시절 '씩씩한 어린이집'과 '해바라기 방과후'에서 공동육아를 경험했던 이들이 성인이 돼 다시 모인 것이다. 하 위원장은 "어린 시절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준 이들이야말로 30년 공동육아 역사를 증명하는 가장 뜻깊은 존재"라며 감회를 전했다.


그는 공동체가 오래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로 '기러기 같은 연대'를 꼽는다. 누군가 지치면 다른 사람이 바통을 이어받고, 잠시 물러났던 이가 다시 돌아와 힘을 보태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또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다수결보다 만장일치를 지향한다며,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치면 잠시 쉬어가도 괜찮고, 언젠가 돌아올 이를 위해 자리를 남겨두는 마음. '시지마을공동체'는 그런 기러기들의 연대로 앞으로도 느슨하지만 단단하게 이어지며, 또 다른 30년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꿋꿋하게 걸어갈 예정이다.


강미영 시민기자 rock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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