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인증” 벤처 vs “모험적 성장” 스타트업…용어는 혼재
투자형 벤처 15% 불과, 여전한 ‘제조업 쏠림’…대출 넘어 ‘모험 자본’ 수혈 시급
“빚내서 사업 옛말, 이젠 투자 유치”… ABB 기술 창업이 바꾼 지역 생태계
창업 수는 줄고 기술 질은 높였다… ‘데스밸리’ 넘어 ‘스케일업’ 안착이 관건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5년 간 대구의 업종별 창업기업 수. <KOSIS 국가통계포털 제공>
'제2의 벤처붐'으로 창업 열풍이 거세다. 정부와 지자체도 연일 지원책을 쏟아내며 창업 지원 및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대구 산업 생태계는 '인증' 중심의 제도적 벤처와 '고속 성장'을 쫓는 혁신 스타트업 사이의 과도기에 서 있다. 현장에서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혼재되어 쓰인다. 엄밀히 따지면 두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은 결이 다르다. 벤처와 스타트업의 갈림길에 선 대구 대표 벤처·스타트업의 애로사항과 활성화 방안 등 지역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 '안정적 매출' 벤처 vs '가설 검증' 스타트업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장 큰 차이는 지향점이다. 한국에서 벤처기업은 법적 개념에 가깝다. '벤처기업육성법'에 따라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확인서를 발급받은 기업을 뜻한다.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이 주된 목적이다.
반면 스타트업은 성장의 방식이 다르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일반 중소·벤처기업이 검증된 시장 안에서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스타트업은 불확실한 시장을 전제로 빠른 실험과 피봇(사업 방향 전환)을 반복하며 새로운 성장 경로를 만들어가는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즉, 벤처기업은 '안정성'과 '기술 인증'에, 스타트업은 '모험성'과 '시장 확장'에 방점을 둔다.
◆ '투자형 벤처' 15% 불과... 대구는 여전히 '제조업 벤처'
데이터로 본 대구지역 벤처산업 현황은 여전히 전통적인 '제조업 벤처'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신사업이 대구 미래를 이끌기도 한다.
벤처기업확인기관 벤처확인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국내 벤처기업수는 3만8천598개다. 이 중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지역 벤처기업이 2만5천187개로 65%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대구는 1천186개로 3%에 그쳤다.
<사>벤처기업협회 대구경북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대구 소재 벤처기업 1천170개 사 중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벤처투자유형'은 177개 사로 전체의 15.1%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평균인 20%를 밑도는 수치다. 대다수 기업이 투자가 아닌 대출이나 보증 중심의 '혁신성장유형' 등에 쏠려 있다는 의미다.
업종별 편중도 뚜렷하다. 협회 회원사의 평균 업력은 14.2년으로, 창업 10~20년 차 기업이 주축을 이룬다. 최근 6개월간 가입한 회원사 64곳 중 제조업 비중은 66%(42개 사)에 달한 반면, 정보통신업은 6개 사에 그쳤다.
벤처기업협회 대구경북지부 관계자는 "대구는 정밀 가공, 기계 부품 등 전통 제조업 기반이 강해 수도권 VC가 선호하는 '고성장 플랫폼' 업종과는 거리가 있다"며 "지역 금융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투자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 "융자에서 투자로"... 변화하는 생태계
하지만 변화의 바람도 감지된다. 수성알파시티와 동대구 벤처밸리를 중심으로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기반의 기술 창업이 늘면서 '투자'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 동향을 살펴보면, 대구 전체 창업 기업 수는 감소세(2020년 5만5천여 개 → 2024년 4만4천여 개)를 보이나, 기술 기반 업종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질적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 생계형 창업보다 기술 스타트업 육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제는 '스케일업(Scale-up)'이다. 초기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매출 구조를 만들고 조직을 확장하는 단계에서 지역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는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측은 "과거에는 투자를 '부담'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최근에는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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