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 티 말고 제 눈 들보 봐라”... 고작 76만원에 아수라장 된 의회
국힘 내부서도 “형평성 안 맞아” 지적했지만... 결국 야당만 잡은 ‘고무줄 잣대’
경북 포항시의회 제328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김은주 의원이 연구단체 활동비 심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준혁기자>
"남의 눈의 티를 보려면 제 눈의 들보부터 보세요!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됩니까!"
"원칙대로 심사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6일 오전 11시, 제328회 임시회 2차 본회의가 열린 경북 포항시의회 본회의장은 의사봉 소리 대신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의 뇌관은 고작 '76만 원'. 의회운영위원회(위원장 김종익)가 민주당 연구단체 '블루오션'의 세미나 비용을 전액 회수하기로 결정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표적 심사"라며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발단은 김만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신상 발언이었다. 김 의원은 단상에 올라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이익 환수 방안을 연구한 것이 왜 환경 연구가 아니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운영위를 향해 "단어 하나 다르다고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한 연구 활동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곧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은주, 박칠용 의원이 가세하며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성토의 장'이 됐다. 이들은 지난 2일 열린 운영위 회의록을 흔들어 보이며 국민의힘 중심 운영위의 '이중 잣대'를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박칠용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방자치발전연구회'는 당초 계획(통합 논의)과 딴판인 '그래핀' 세미나를 했는데도 '광의의 해석'이라며 통과시켜주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여당은 '광의의 해석'이고, 야당은 '목적 위반'이냐. 국장의 말 한마디에 잣대가 춤을 춘다"고 맹비난했다.
격론은 '셀프 심사' 논란에서 정점을 찍었다. 박 의원이 김종익 운영위원장을 향해 "회의록을 아무리 뒤져봐도 운영위원들이 본인 단체 심사 때 회피(퇴장)했다는 기록이 없다"며 "기록도 없이 심사해 놓고 공정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몰아붙이자 장내가 술렁였다.
답변대에 선 김종익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심사 전 공지했고 의원들이 실제로 나갔다 들어왔다. 절차를 지켰다"고 맞섰다. 하지만 야당 의석에서는 "기록이 없는데 어떻게 믿느냐", "그게 바로 셀프 심사다"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김상민 의원까지 가세해 "국힘 의원조차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밀어붙인 게 청렴이냐"고 고함을 치자, 여당 의석에서도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일만 의장이 "양측 주장이 엇갈리니 다시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본회의장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뒤였다.
76만 원 회수 문제로 촉발된 이날의 파행은, '내로남불' 심사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남긴 채 후반기 포항시의회의 험로를 예고했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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