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선물을 받아왔다. 명절맞이 전통 간식 선물세트다. 환히 웃는 아이 얼굴 사진에 한복 도안이 붙어 있고 정성스럽게 코팅까지 돼 있다. 선생님들의 수려한 솜씨 위에 아이의 삐뚤빼뚤한 손글씨가 더해졌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동 보다 미안함이 먼저 밀려왔다. 반 아이들 14명의 사진을 일일이 찍고, 인화하고, 오리고, 붙이고, 코팅하는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 선생님의 손길이 떠올랐다. '시간과 정성을 갈아 넣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설 추석 등 명절뿐만이 아니다. 참관수업을 앞두고는 정성 가득 담긴 초대장이 날아오고, 어린이날과 여름·겨울방학, 크리스마스에도 작지만 정성 가득한 선물이 이어진다. 가을에는 홍시가, 김장철이면 김치가 아이 가방에 담겨 오기도 한다. 교육 차원이라 할 수도 있지만 다소 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매 학년 말 어린이집 자체 설문조사에 '하고 싶은 말' 항목에 빠지지 않고 적었다. "선생님들 손 많이 가는 일은 줄여주세요." 그런데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 동일하다. SNS에는 관련 글들이 쏟아졌다. 잡곡쌀, 표고버섯, 소금, 참기름, 한과, 김 세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업체에서 구매한 제품에 아이 사진을 붙이는 정도는 그나마 약과다. 선생님들이 직접 모둠 전을 부쳐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게시물을 본 이들은 대체로 "보육기관에서 이런 걸 왜 하지? 이해가 안된다", "나 어릴 때는 선생님들께 드렸는데 주객전도다", "야근해서 만들었겠지?", "선생님들 너무 힘드시겠다" 등의 반응이었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금품을 주는 것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 따라 엄격히 제한된다. 국·공립은 물론 사립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도 적용 대상이다.
반대로 보육기관에서 가정으로 선물을 보내는 것은 법 위반은 아니다. 문제가 없다해도, '금품을 줘서는 안 되는 상대'에게 '굳이 받게 되는 관행'이 계속되는 아이러니는 부담을 먼저 느끼게 했다. 그 배경에는 씁쓸하게도 원아 유치 경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산율 저하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며 대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어린이집 폐원이 줄을 잇고 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보육기관 등 교육기관이 경쟁해야 할 것은(학부모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보이는 무언가보다 아이들과 눈맞춤하는 시간과 교육방법을 연구하는 시간, 양질의 돌봄이 아닐까.
올해 설문조사에는 한 줄 더 적어넣을 생각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몸도 마음도 아이들 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만들어주세요."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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