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17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외래 운영…응급실 24시간 강화
복지부 평가 3년 연속 A등급…소아 응급 대응 역량 검증
명절 의료공백 완충 역할…지역 공공의료 책임성 부각
대구의료원이 2026년 설 연휴 진료 계획을 안내한 홍보 이미지.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내과·소아청소년과 외래 진료를 실시하며, 응급실은 365일 24시간 운영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대구의료원 제공>
지난해 설 연휴 둘째 날 밤,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사는 김모(38)씨는 네 살 난 아들을 안고 차에 올랐다. 갑자기 39도 가까운 고열이 오르고 구토가 이어졌지만, 집 근처 소아과는 모두 휴진이었다. 몇 곳에 전화를 돌린 끝에 안내받은 곳은 대학병원 응급실. 대기 인원만 수십 명이었다. 김씨는 "경증인지 중증인지 판단도 못 한 채 밤새 순서를 기다렸다"며 "명절만 되면 아이가 아플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이처럼 설 연휴는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지만, 아이를 둔 가정에는 긴장의 시기이기도 하다. 동네 병·의원이 일제히 문을 닫는 사이 갑작스러운 고열이나 복통, 구토 증상이 나타나면 부모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한다. 결국 대형병원 응급실로 향하거나 집에서 밤을 지새우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명절마다 되풀이된 소아 진료 공백의 단면이다.
이 문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지역 소아청소년과 감소와 의료 인력 불균형이 겹치면서 연휴 의료 접근성은 더욱 취약해졌다. 소아 환자는 상태 변화가 빠르고 초기 대응이 늦어질 경우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명절에는 외래 진료 창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가 이어져 왔다.
대구의료원이 이번 설 연휴(2월 15~17일) 사흘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외래 진료를 운영하기로 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오전 시간대 내과와 함께 소아 진료를 병행하고, 설 당일에도 진료 기능을 유지한다. 연휴 기간 전문의가 직접 외래를 맡는다. 인근 약국과 협력 체계도 마련해 처방 공백을 최소화했다.
대구의료원 응급실 내부 전경. 환자 이송용 침대와 의료 장비가 정돈돼 있으며, 24시간 운영 체계에 맞춰 진료 공간이 마련돼 있다.<대구의료원 제공>
겉으로 보면 진료 일정 확대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의미는 다르다. 연휴 기간 민간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동안 공공병원이 지역 의료 안전망의 중심을 맡는 구조가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외래 기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응급실 과밀을 완화하고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할 여건을 마련하는 효과가 있다.
응급실 운영 역시 강화된다. 명절 기간 증가하는 환자 수요에 대비해 의료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24시간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한다. 소아 응급환자 분류와 처치, 입원 연계 시스템도 가동한다.
대구의료원은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최근 3년 연속 '최우수 A등급'을 받았다. 전담 의료 인력의 적정성, 중증 응급환자 진료의 타당성, 소아 응급 진료 체계 등 주요 지표에서 높은 평가를 얻었다. 소아 응급 대응 역량이 제도적으로 검증됐다는 의미다.
명절 의료 대책은 공공의료의 책무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이다. 수익성보다 책임을 우선해야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 진료는 환자 변동 폭이 크고 업무 강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결정은 지역 의료 체계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이번 설, 대구의료원의 소아 외래 운영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선다. 아이가 아플 때 부모가 병원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일, 그것이 공공병원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김시오 대구의료원장은 "연휴 기간에도 어린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 인력과 진료 체계를 갖췄다"며 "지역 공공병원으로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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