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돈을 막아라…재테크 암흑기 지키는 것이 답이다
월급은 하루에도 이자 붙는 CMA
저축 다음에 소비, 돈 흐름 바꿔야
생활비 통장엔 매월 목표 액수만
‘제로’에 가까운 금융권 금리에다, 부동산은 물론 주식이나 펀드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현실. 2013년 11월 대한민국은 ‘재테크 암흑기’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를 원망하며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달라진 시장 상황에 적합한 재테크 접근법이 필요하다.
우용표 재무설계 전문가는 자신이 펴낸 책 ‘절대 배신하지 않는 돈의 습관’에서 과거의 재테크가 ‘이기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면 지금은 ‘지키는 재테크’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기는 재테크가 “좋은 투자 대상을 잘 골라서 화끈하게 벌겠다”는 접근법이라면, 지키는 재테크는 “현재 가진 것을 잃지 않으면서 나의 재산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우씨는 “지키는 재테크를 위해서는 ‘3단계 절대 관리 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하며 현재의 소비습관을 먼저 점검하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항목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1단계 수입관리=월급 통장은 CMA 계좌로
투자와 관련한 말 가운데 가장 흔한 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이다. 어느 종목이 잘되고 어느 종목이 안 될지 모르니 여러 곳에 나누어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통장 관리에도 적용된다. 들어오는 돈은 매달 정해져 있는데 통장을 나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아니다. 의외로 달라지는 게 많다.
예를 들어 통장 하나가 있는데 잔액이 200만원이라고 치자. 나가야 하는 돈이 있는 상황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서 월급을 더 써도 되는지, 안 되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똑같이 잔액이 200만원이더라도 주택자금 통장에 100만원, 생활비 50만원, 교육비 50만원으로 각각 관리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각각의 통장을 통해 얼마나 더 아껴야 할지, 아니면 더 써도 될지 알 수 있다.
통장은 크게 수입 관리용, 강제 저축용, 지출 관리용 3개의 영역으로 나눈다. 그다음 이 영역 안에서 세부적인 이름을 붙인 통장 13개를 만든다. 각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2차 분류한 통장의 수와 종류는 가감해도 좋다. 초반에는 다소 복잡하고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시스템만 제대로 구성해 놓으면 그 다음에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돈이 알아서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월급 통장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는 증권사의 CMA 통장을 이용하는 게 좋다. 단기간으로 봤을 때 이자는 그리 많지 않지만,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작은 이자가 모여 큰 목돈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2단계 강제저축=은행·증권·보험 상품을 이용하라
아무리 아껴도 저축할 돈이 없다고 말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관찰해보면 필요한 곳에 돈을 사용한 뒤 남는 돈을 저축하거나 투자하는 습관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돈이 들어오면 우선 저축을 한 다음 소비하는 순서로 돈의 흐름을 바꾸는 ‘강제 저축’을 추천한다.
실천 방법은 간단하다. 만약 월급일이 25일이라면 강제 저축해야 하는 금액의 이체 날짜를 매월 1~5일로 정한다. 그런 다음 신용카드의 결제일을 20~30일로 맞춘다. 이자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일정 기간 꾸준히 원금을 늘려나가는 기능부터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싱거울 정도로 간단한 이 방법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기대해봐도 좋다.
강제 저축을 할 때는 은행이나 증권회사, 보험회사의 상품들을 최대한 활용한다. 은행의 적금은 해약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손해라면 받아야 할 이자가 줄어드는 정도이며 원금은 보장된다. 그러면서도 심리적으로 끝까지 적금을 부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준다. 이때 미리 돈이 흐를 길을 만들어 준다. 소득공제 상품, 노후 대비 연금, 즐거운 삶을 위한 적금 등을 월급 통장에서 알아서 빠져나가게 한다.
주택자금은 강제 저축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별도로 접근해야 한다. 주택자금용 통장은 은행의 적금 상품이 좋다. 적립식 펀드로 추가적인 수익을 얻으면 좋겠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안전하게 굴리는 편이 현명한 방법이다.
원금을 돌려준다는 보험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최근 들어 보장은 보장대로 해주고 나중에 만기가 되면 만기 축하금 형태로 지금까지 낸 돈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하는 상품들이 인기가 많다. 그러나 매월 내는 보험료에 이미 만기에 돌려받을 비용이 더해져 있고 30~40년 후의 화폐가치를 따져보면 돌려받는 돈의 가치가 지금의 절반도 안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보험은 삶에서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반드시 필요한 상품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보장이 중복되거나 기간이 한정돼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품이라면 유지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보험은 과감하게 정리하도록 한다.
◆3단계 지출 관리=나가는 돈에도 계획이 필요하다
소비단계에서는 별도의 생활비 통장을 만들어서 모든 생활비가 그 통장을 통해 사용되도록 한다. 이때 생활비 통장에는 매월 목표한 생활비만 넣어서 계획대로 생활비가 쓰이는지, 너무 많이 소비되지는 않는지를 점검한다. 만약 생활비 통장에 100만원을 넣었는데 생활비가 부족하다면 어딘가 불필요하게 생활비가 더 쓰인 것이고 생활비 통장에 돈이 남아 있다면 어딘가 성공적으로 절약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관리비와 전기료, 수도료, 보험료 등 매월 일정한 금액이 필요한 항목들은 지출과 연결된 통장(생활비 통장)을 만들어 이체되도록 한다. 자기계발을 위한 학원이나 피트니스센터 이용료도 생활비 통장에서 빠져나가도록 한다. 이외에도 신용카드, 현금카드 등의 결제금이 생활비 통장에서 인출되도록 한다. 이렇게 매월 월급 통장에서 생활비 통장으로 자금을 이체시키다 보면 평균적인 생활비가 얼마 정도 필요한지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
생활비 통장은 월급 통장과 마찬가지로 시중 은행의 자유입출금식 통장으로 관리한다. CMA 통장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이득일 수 있지만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등은 CMA 계좌와 연결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번거로울 수 있으므로 매월 발생하는 생활비는 보다 간편하게 해결하는 편이 낫다.
월급을 활용해 2차, 3차 소득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은 재테크 방법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인덱스 펀드나 ELS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자료=절대 배신하지 않는 돈의 습관<우용표 저/북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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