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유족 위해 활동 천주교정의평화委 임성무 사무국장
‘희생자 기억’ 일반인 참석 급증
사회가 유족의 아픔 치유해줘야
“물 때문에 죽은 아이가 생각나 물도 못마시고, 술을 마셔야 겨우 잠이 든다는 유가족의 얘기를 직접 들으면 누구라도 가만 있지 못할 겁니다.”
15일 대구시 중구 남산동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만난 임성무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53)은 1년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해 활동하면서 겪은 감회를 이렇게 압축했다.
이날 대구대교구는 ‘세월호 1주기 추모 미사’를 열었다.
임 사무국장은 지난해 7월 세월호 희생 학생 유가족 20여명이 전국 순례 중 대구를 방문해 함께 얘기를 나눴을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단원고 2학년3반 학생들이 가장 피해가 컸는데, 담임이었던 김초롱 선생님의 아버지가 ‘내가 죄인이다’며 무척이나 죄스러워 했다. 젊은 나이에 가버린 딸에 대한 슬픔보다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원망의 말을 늘어놓았다. 함께 있던 학생 유가족들이 괜찮다며 그분을 안아주는데, 너무 안타까웠다”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또 대구·경북지역이 세월호 참사를 두고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념의 문제가 개입되다보니 노란 리본 하나 다는 것에 대해서도 겁을 내는 시민이 있다는 것.
그는 “사회 전반적으로 공감 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 세월호 참사는 근본적으로 생명의 문제인데, 자꾸 정치와 경제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실체를 밝히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에 대해 주저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추모미사에 시민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에 대해 고무돼 있었다. 그는 “지난해 5월 첫 미사 때 300여명이었던 참석자가 10월 650여명으로 두배로 늘더니, 오늘은 1천여명에 가깝다”며 “일반인의 참석이 크게 늘었는데, 희생자들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추모미사에는 1년전 희생된 단원고 오준영 학생의 어머니 임영애씨가 참석해 증언하는 시간을 가져 의미를 더했다.
끝으로 임 사무국장은 유가족을 만나면서 가슴에 새긴 이야기를 들려줬다.
“공감과 기억, 실천을 항상 마음에 새깁니다. 유가족들은 그 큰 일을 겪고도 오히려 울음을 참으려합니다. 그들과 진심으로 공감하고 사회 속에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합니다. 또 다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하고, 안전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평화·인권 등과 관련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5월과 10월 두차례 ‘위로와 기억 미사’를 개최했으며, 왜관 가실성당 등에서는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음악회, 기도회 등을 열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백 앞 야외무대에는 세월호참사 시민분향소가 차려졌다. 시민분향소는 16일까지 운영된다.
글=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사진=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