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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자(Perugia)는 북쪽으로 피렌체, 남쪽으로는 로마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여 각각 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탈리아 중부 내륙 지방인 움브리아주의 대표 도시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인 축구 선수 안정환이 뛰던 곳으로 잘 알려진 이곳, 페루자는 국립 외국인 대학교가 있어 이탈리아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모이는 교육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중세 도시 페루자가 1년 중에 딱 열흘간 달콤쌉싸름한 매력으로 전 세계인들을 유혹한다.
페스티벌은 올해로 벌써 22번째. 굽이굽이 언덕길을 올라 두오모가 있는 페루자 시내에 도착하니 이른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초콜릿축제를 즐기려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인파로 분주한 모습이다. 길 따라 빼곡히 늘어선 하얀 천막 안을 휙 둘러보니 이탈리아 전 지역에서 생산되는 초콜릿뿐 아니라 벨기에,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 최고의 프리미엄 초콜릿이 그야말로 총출동했다. 그중에서도 헤이즐넛이 콕 박힌 페루자 전통 초콜릿, ‘바치’(Baci·키스라는 뜻)는 봉긋한 종 모양에 로맨틱한 사랑의 글귀를 담고 있어 그 인기가 단연 최고.
분수대 앞 시내 광장 한 가운데에 떡 하니 자리 잡은 지름 7m, 높이 2m의 초대형 바치는 초콜릿만 3천500㎏에 헤이즐넛 2천500㎏이 더해져서 총무게가 6t에 육박한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초콜릿이라는 사회자의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단순히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녹인 초콜릿을 붓에 찍어 캔버스 위에다 그림을 그리거나 초콜릿을 테마로 한 음악회와 연극으로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축제의 분위기는 고조됐다.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바로 조각가들이 펼치는 행위 예술. 거대한 초콜릿 덩어리를 때리기 시작하는 예술가들의 거침없는 손놀림, 바티칸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테마의 조각상을 보고 있자니 ‘역시 이탈리아답구나’ 싶었다. 조각하면서 떨어지는 부스러기 초콜릿은 관람객에게 무한 제공된다니 이 축제에 갈 이들은 반드시 봉투를 챙겨 갈 것을 추천한다.
축제 기간 중, 초콜릿피자, 초콜릿소스를 곁들인 안심스테이크, 초콜릿을 입힌 가지구이 등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이색 초콜릿 요리를 이곳 페루자에서 맛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 것.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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