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실금·과민성 방광 원인과 치료법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속에 우리나라는 이미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약 15%에 이른 고령사회가 됐다. 이렇게 노인 인구가 늘면서 그에 따른 퇴행성 질환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늘어난 노인 인구만큼 그에 따른 질환을 제때, 제대로 된 관리를 해야 건강한 100세 인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타 지역보다 노령화 속도가 빠른 대구경북의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의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15.5%로, 특별시와 6대 광역시 중 부산(18.1%) 다음으로 높았다. 국내 특별·광역시의 노인인구 비율은 울산이 11.5%로 가장 낮았고, 인천(13%), 대전(13.4%), 광주(13.4%) 등이 13%대, 서울이 15.2%를 기록했다.
경북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6%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20%는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배뇨장애와 요실금, 그리고 과민성 방광 등 퇴행성 질환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소변을 보기 위해 변기 앞에 서 있어도 마음대로 소변이 나오지 않는 '배뇨장애'부터 재채기를 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기만 해도 속옷에 소변이 흘러 당황하게 만드는 '요실금', 그리고 자주 소변이 마렵고 참기도 힘든 탓에 낯선 환경에 가면 화장실부터 확인해둬야 하는 '과민성 방광' 등 사소해 보이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큰 불편을 초래한다.
이에 전문의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치료방법도 다양한 만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자신만 겪는 특이하고 부끄러운 질환이 아니라 나이든 사람 중 적지 않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부끄러워할 필요가전혀 없다"고 전했다.
전체 요실금 사례의 80~90%나 차지
여성이 남성보다 발병위험 22배 높아
인공 테이프 활용 수술시간 약 15분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배뇨장애, 요실금
요실금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새는 질환으로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과 골반저 근육의 이완으로 인해 발생한다. 주로 중년 이후의 여성이나 신경성 질환 환자, 노인 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남성 요실금 환자의 범위가 넓어지며 심혈관질환이나 관절염처럼 요실금도 고령화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퇴행성 질환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남자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이 주요 원인으로, 처음엔 소변이 잘 안 나오는 증상이 생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이 노화돼 소변을 못 참는 배뇨장애 현상이 오고 이후에 요실금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여성은 요도가 짧은 해부학적 구조와 함께 임신, 출산, 골반 내 염증 등으로 남성보다 요실금 발병 위험이 22배나 높다. 이런 탓에 국내 여성 40%가 요실금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출산을 하면 골반 근육이 약해지면서 방광과 요도가 처지게 되고, 이러한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진다.
여성 요실금의 가장 흔한 원인인 복압성 요실금은 전체 요실금의 80~90%에 이르고, 기침이나 재채기, 줄넘기 등 갑작스럽게 복압이 증가할 때 방광의 수축 없이 소변이 나오게 되는 형태다.
이런 문제는 수술적 치료로 최소화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시행되는 것이 복압성 요실금 수술이다. 정맥마취 후 시행되고, 수술시간도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주로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이라는 재질로 이뤄진 테이프(mesh)를 이용하고, 최근에는 폴리비닐이딘 플루오라이드(Polyvinylidene Fluoride, PVDF)라는 재질을 사용해 기존의 폴리프로필렌 재질보다 높은 내구성과 수술 후 반흔 형성 방지 및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요도주위 주입술도 있다. 요도내시경으로 요도를 관찰하면서 방광과 요도 점막 아래에 물질을 주입함으로써 요도와 방광 경부의 저항을 높여 요실금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요실금과 증상 비슷한 '과민성 방광'
방광 제멋대로 수축해 소변 새기도
행동요법·신경자극 등 해법 많지만
오래 방치할수록 효과 보기 어려워
◆화장실부터 찾아두게 만드는 과민성 방광
요실금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는 '과민성 방광'도 있다.
이는 방광 안에 소변이 조금만 차도 방광이 제멋대로 수축해 소변을 참지 못하거나 자주 마려우면서, 심하면 소변이 새는 증상이다. 이런 과민성 방광은 환자에게 엄청난 불편을 초래해 일상 생활은 물론 사회적 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 과민성 방광은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연령층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빈도가 증가하고, 요실금처럼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과민성 방광 치료는 행동요법 및 약물치료, 그리고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전기에 의한 신경자극으로 과민한 배뇨근 수축을 억제하는 '전기자극치료', 옷을 입은 채로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시행할 수 있는 비침습적이고 매우 편리한 신경자극 치료인 '체외 자기장 신경치료', 방광 내 보툴리눔 톡신 주입으로 과민성 방광에 대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보툴리눔 톡신 방광점막하 주입술' 등이 있다. 이 치료방법은 2015년 7월부터 국내에서 건강보험 적용이 됐고, 그동안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고 전문의들은 소개했다.
천수 신경 조절 치료 방법도 있다. 이는 천수신경부위 전기자극요법으로 시험적 거치술을 먼저 시행한 후 1~2주 동안 적어도 50% 이상의 증상 호전이 있는 경우 이식형 배터리를 체내에 이식하는 영구 자극기 설치술을 시행하며 5~8년 주기로 배터리 교체 수술을 시행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변혜진 교수(비뇨의학과)는 "복압성 요실금의 경우 간단한 수술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증상도 이환시기가 장기화되면 방광기능 등이 악화돼 수술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 과민성 방광 역시 이환기간이 길어질 경우 약물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요실금·과민성 방광은 치료가 가능하고, 특히 조기에 치료할 경우 다른 만성질환처럼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단 이들 질환도 만성질환인 만큼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변혜진 계명대 동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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