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부른 취업절벽…'공시'에 더 몰리는 취준생들
채용 연기·축소하는 기업 늘면서 '직업 안정성' 최우선 현상 심화
시험준비 올해 11.3%p 증가…지방직 공채에 전국서 20만명 응시
대구 9급 경쟁률 17대 1…수험생 "지역에 좋은 일자리 없다는 방증"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고산중에서 대구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 대구 9급 지방직 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은 1만3천73명이 원서접수한 가운데 765명을 선발한다. 평균 경쟁률은 17대 1이다. 2천22명을 선발하는 올해 경북도 9급 채용시험에도 1만8천223명이 응시해 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13일 전국적으로는 30만명이 이날 8·9급 지방직에 원서를 접수했으며, 통상 30%의 결시율을 감안하면 20만명이 시험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지방직 공무원(7·9급) 공채 접수인원은 최근 5년간 계속 1만4천명대를 넘었다. 2015년 1만5천260명이었던 인원은 2017년 1만8천298명으로 치솟았고, 2018년 1만6천763명, 2019년 1만4천764명을 기록했다.
국가직 공무원은 2015년부터 연간 접수생만 20만명이 훌쩍 넘는다. 7·9급 공무원 공개경쟁 시험은 2015년 25만766명, 2016년 28만8천565명 등을 기록했고, 지난해 23만560명이었다. 선발인원이 적은 7급 공채의 경우 경쟁률만 수백대 일에 달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해 대구시 7급 공개경쟁 시험은 1천666명이 접수한 가운데 12명을 선발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좁은 문이지만 이 같은 공무원 시험 응시 열기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 2천13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36%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24.7%가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해 11.3%포인트나 증가했다. 앞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도 49.1%로 절반에 달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는 14.9%에 그쳤다.
그렇다면 이처럼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실업난과 고용률 저하 흐름 속에서 '직업 안정성'이 주요 원인이다. 매년 일정한 인원을 고정적으로 뽑는 데다 구조조정 등의 여파를 맞을 일도 없는 공무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여파도 한몫했다. 잡코리아는 최근 공시족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코로나19 여파로 채용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한 네티즌은 "코로나19 때문에 휴직 중인데 다시 일하게 되더라도 공무원시험 도전을 계속 놓지 않으려 한다. 이번을 계기로 '안정성'이 직장을 고르는 최고 조건이라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됐다"고 했다.
매년 꾸준한 응시생이 생기는 것은 공무원 시험의 특성상 한 번 발을 들이면 빼기 힘든 구조도 한몫한다. 13일 시험 이후 공무원 시험 준비 커뮤니티 등에는 자조 섞인 글들이 올라왔다. 한 수험생은 "실수를 얘기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온 점수가 합격에는 어림도 없어서 웃음만 나온다.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려야 할지 잘 모르겠고 내년에는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장수생은 "취업길은 더 험난할 것 같아서 공무원시험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며 "다음번에는 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이미 발을 들인 이상 뺄 용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올해 대구의 예상 커트라인이 다른 지역보다 높을 것으로 관련 사이트에서 예상하고 있다"며 "대구 커트라인이 높다는 것은 대구에 좋은 일자리가 그만큼 없다는 또다른 방증"이라고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도 안타깝다. 13일 대구의 공무원 시험장에 딸을 태워주고 왔다는 한 주부(54)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방은 더 그렇다"며 "일자리를 구하려고 애쓰는 딸을 보면 애처롭다.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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