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밭이나 습한 논이 온종일 뿜어내는
믿을 수 없지만
흙이 다른 흙을 빌려와 옆집으로 이사 가는
짐을 부려놓기도 전에 다시 짐을 싸야 하는 일을 앞두고
방금 이사 온 집을 가만히 바라보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누군가 한 손에 쥐었다가 펴 보이면서
땅강아지나 지렁이 따위가 삼켰다가 뱉어내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한 움큼 집어 입속에 말아 넣으면
죽은 것들도 살아날 것만 같은
진짜 그럴듯한 말 -봄(류경무)
봄이 시작되었지만 봄이 그리워서 사무치는 시절이다. 제대로 된 봄이 오기나 할까? 아니 봄이란 것이 원래 있기나 했을까. 봄은 가상현실이어서 우린 이제까지 일평생을 마스크와 함께 지내고 있는 역병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봄은 "한 움큼 집어 입속에 말아 넣으면 죽은 것들도 살아날 것만 같은 진짜 그럴듯한 말"에 불과한 상상의 계절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반드시 다가올 봄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봄이 온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다만 지금이 너무 힘드니까 봄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시인은 노래한다. "한 움큼 집어 입속에 말아 넣으면 죽은 것들도 살아날 것만 같은 진짜 그럴듯한 말"이 바로 봄의 생명력이라는 것을.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탄식은 하지 않기를 모든 사람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믿을 수 없지만
흙이 다른 흙을 빌려와 옆집으로 이사 가는
짐을 부려놓기도 전에 다시 짐을 싸야 하는 일을 앞두고
방금 이사 온 집을 가만히 바라보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누군가 한 손에 쥐었다가 펴 보이면서
땅강아지나 지렁이 따위가 삼켰다가 뱉어내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한 움큼 집어 입속에 말아 넣으면
죽은 것들도 살아날 것만 같은
진짜 그럴듯한 말 -봄(류경무)
봄이 시작되었지만 봄이 그리워서 사무치는 시절이다. 제대로 된 봄이 오기나 할까? 아니 봄이란 것이 원래 있기나 했을까. 봄은 가상현실이어서 우린 이제까지 일평생을 마스크와 함께 지내고 있는 역병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봄은 "한 움큼 집어 입속에 말아 넣으면 죽은 것들도 살아날 것만 같은 진짜 그럴듯한 말"에 불과한 상상의 계절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반드시 다가올 봄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봄이 온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다만 지금이 너무 힘드니까 봄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시인은 노래한다. "한 움큼 집어 입속에 말아 넣으면 죽은 것들도 살아날 것만 같은 진짜 그럴듯한 말"이 바로 봄의 생명력이라는 것을.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탄식은 하지 않기를 모든 사람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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