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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한국문학] 당신의 근처에 늘 있는, 준말의 매력

2021-04-08

간편하고 재치 뛰어난 준말
특정 집단끼린 알아 듣지만
처음 접하면 이해 못할수도
모든 대화에는 배려가 필요
소통 문제 없도록 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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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애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반할 김밥'이란 상호의 식당을 아시는가? 얼마 전 선배가 '반할 김밥'이란 김밥 가게가 매우 유명하다며, 이 상호의 '반할'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반하다'에서 온 '반할'이 아니냐고 했더니 그게 아니라 '반월당 할매'를 줄여 '반할'이라는 것이다. 아! 대단한 작명 감각이었다. 음식 솜씨 좋으신 할매가 대구의 '반월당'에 김밥 가게를 여셨고, 이 '반월당'에 '할매'가 더해져 '반할 김밥'이 탄생한 것이다.

'반할'의 유래를 듣고 나니 필자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자주 먹던 '반할만떡'이 생각났다. 처음에 이 상호를 보았을 때는 떡을 파는 가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이 가게가 분식점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반할만떡' 사장님은 왜 식당 상호에 '떡볶이'를 붙이지 않고 '떡'만 붙였을까? '떡볶이'란 말을 붙이면 뭘 파는 가게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후 배달 온 음식의 봉투에 '반야월 할매 만두와 떡볶이'라 씌어 있는 걸 보고 나서야 '반할만떡'이란 식당 이름에 수긍했다. '반할'은 '반야월'과 '할매', '만떡'은 '만두'와 '떡볶이'의 머리글자로 줄인 말이었다.

'반할 김밥'과 '반할만떡'의 공통점은 둘 다 '반'으로 시작하는 지역에서 '할매'가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가게라는 것이다. 다만 '반할 김밥'은 듣자마자 '김밥 파는 가게'인 걸 바로 알겠는데, '반할만떡'은 '떡볶이 가게'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차이랄까. 그리고 그 가게를 모르는 사람들이 '반할'로 시작하는 상호를 들으면 반야월이나 반월당이란 지명보다는 '반하다'가 먼저 떠오를 이름이기도 하다.

'반월당 할매'의 '반할'처럼 일상생활 속에는 줄인 말, 즉 준말들이 많다. 물냉(물 냉면), 비냉(비빔 냉면)이 자연스럽다면, 독자도 준말에 익숙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인기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당근 마켓'의 '당근'도 '당신의 근처에 있는'의 준말이라고 한다. 간편하고 재치 있어 보이는 작명이다. 이렇게 잘 줄인 말들은 본말보다 간편하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익숙한 준말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이 아닐 수도 있다. 여러분은 '창제'라는 말을 어떤 뜻으로 알고, 사용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필자는 이 말을 친한 동생의 시간표에서 보았다. 보자마자 "'창제'가 어떤 과목이야?"란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창제'라고 하니 훈민정음의 '창제'가 떠올라서였다. 일상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인 '창제'가 초등학교에서 '창의 주제 활동'의 준말로 쓰이고 있었다. '창제'의 자매품(?)으로 '창체'도 있다. 이건 창의적 체험 활동의 준말이다.

매력적인 준말은 말의 맛을 더해 준다. 표현의 간편함과 효율성은 덤이다. 그리고 특정 집단 내에서 통용되는 준말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 준말, 모두가 다 이해할 수 있는 말일까?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물냉·비냉도 이 단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들으면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 시간표 속 '창제'나 '창체'도 마찬가지다. 대화에는 배려가 필요하다. 당신의 근처에 늘 있는 준말들, 그 간편함의 매력은 나도 모르게 본말보다 준말을 쓰게 만든다. 하지만 그 말을 쓰기 전에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바로 '상대방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다. 이것이 '배려'다. 상대방을 배려해 사용하는 준말은 그 경쾌한 매력으로 대화에 재치와 재미를 더 해줄 것이다.
안미애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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