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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건 당신 탓이 아니다"

2021-07-30

세계적 범위의 운영 시스템인 인터넷, 몇몇 국가·기업이 독점적 제국 이뤄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도구가 어떻게 디지털 자본주의에 봉사하는지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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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상 가장 커다란 단일 인프라다. 또한 세계적 범위에서 사회의 거의 모든 측면을 정의하는 시스템이자 운영체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극소전자기술 발전에서 시작된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세계의 모습을 아주 많이 변화시켰다. 하지만 인터넷은 사실상 몇몇 강대국들과 초대형 기업들이 독점적으로 제어하는 서버, 위성, 안테나, 라우터, 광섬유 케이블의 집합일 뿐이다. 그래서 디지털자본주의는 자유롭지만 사실은 종속적이고, 풍요롭지만 본질적으로 가치 없는 것들로 가득한 양극화된 신세계, 기묘한 뉴미디어 생태계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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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페이라노 지음/시대의 창/440쪽/1만9천800원

이 책은 유럽 최고의 정보 인권, 기술 정치 사회운동가 마르타 페이라노가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으로 디지털 기술문화의 현재, 실체와 허상을 날카롭게 짚어낸 탁월한 비판서다.

마르타 페이라노는 이 책에서 첨단기술이 낳은 생태 오염, 기업형 자본주의 알고리즘 편향, SNS를 통한 가짜뉴스와 여론 조작, 강대국의 데이터 감시와 반인권, 페이팔마피아와 정보기관의 유착, 데이터 매매의 실상, 실리콘밸리 우상들의 실체적 진실 등 신흥 디지털 권력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경고한다.

이와 함께 P2P(개인과 개인의 연결)와 평등문화,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 스노든과 위키리크스 등의 내부 폭로, 여러 사회혁명과 과학기술의 결합 등 전자 저항운동의 다채로운 역사적 전통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었던 도구가 어떻게 소수 지배계급과 새로운 형태의 제국을 위해 봉사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위기를 극복하고 대안을 형성할 수 있을지 모색한다.

인프라에서 소프트웨어, 중독에서 조작, 감시에서 데이터 매매 등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기술정치에서 제기되는 모든 사안을 깊이 있게 다룬 이 책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의해 주권과 시민권의 의미와 영역이 또다시 새롭게 규정되는 지금의 시기, 우리에게 중요한 화두들을 제시하고 있다.

마르타 페이라노는 이 책에서 전설적인 정보 이론가 클로드 섀년의 "적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비틀어 패러디하면서 일곱 개의 주제를 통해 인터넷 기술정치의 역사, 화두, 사건을 제시한다.

1장 '중독'에서는 오늘날의 실리콘밸리 산업의 핵심에 대해 말한다. 현대인의 소셜미디어 중독 현상은 자극, 점수, 레버 당기기의 반복과도 같은데 이는 비디오게임의 슬롯머신 원리를 이용해 대중의 행동을 설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속에서 대중은 잠잘 시간도 없이 자동 재생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영상을 보며 인스타그램과 각종 SNS를 무한 스크롤한다는 것이다. 2장 '인프라'는 인터넷과 개인용컴퓨터 상용화의 역사를 살피고, 3장 '감시'에서는 정부-대기업의 인프라 독점에서 필연적으로 촉발되는 기업의 정보 독점, 국가의 통제와 관심에 관한 문제들을 다룬다. 4장 '알고리즘'에서는 연결주의 인공지능의 원리와 자본주의적 활용에 대해 짚고 있으며, 5장 '혁명'에서는 소프트웨어 제작 및 이를 이용하는 그룹 형성의 관점에서 또 하나의 '이념 투쟁'을 다룬다. 6장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데이터 매매, 수집, 데이터 브로커 산업의 정체를 밝히고 7장 '조작'에서는 미국 대선, 미얀마 사태, 브라질 대선 등을 예로 들며 어떻게 SNS 환경이 정치 조직에 활용되는가를 다룬다.

저자인 마르타 페이라노는 스페인 마드리드 출신의 작가, 언론인, 인터넷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 문제에 대한 사회운동집단 '해커스베를린'과 '크립토파티베를린', 자유 디지털 문화에 관한 '카피파이트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학문 집단 '엘라스티코'의 공동 창립자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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