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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본부가 진행하는 프로모션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
대한적십자사가 헌혈 인센티브에 현금성 보상을 포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적십자사는 점점 줄어드는 혈액 수급을 위해 헌혈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인센티브에 현금성 보상이다.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본부는 '우수헌혈 고등학생 유공 표창지급 이벤트'를 통해 관할 헌혈의집과 헌혈 버스에서 7회 헌혈한 고등학생 헌혈자에게 모바일 상품권 1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 대구대와 대구보건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2019년부터 이달 31일까지 헌혈을 10회 이상 참여한 학생 16명을 선정해 장학금 30만 원을 지급한다.
현금성 보상과 관련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헌혈의 취지를 흐린다는 비판과 함께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면 그렇게 하겠나'라는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김모(25·대구 북구)씨는 "헌혈이란 자발적 의지에서 비롯돼야 하는데 대학생들이 장학금을 타기 위해 헌혈을 한다면 '매혈'과 다름없지 않느냐"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반면 박모(29·대구 달서구)씨는 "혈액 수급량이 모자라 사람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데, 적절한 인센티브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현재 혈액 적정 보유일수는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혈액보유일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혈액 적정 보유일수는 단 10일에 그쳤다. 지난 5년간 연평균 혈액 적정 보유일수는 전체의 28%에 불과했고, 5년째 감소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헌혈자 수도 줄어들었다. 대한적십자사의 헌혈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자 수는 약 240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20만 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대구·경북의 헌혈자 수도 급감했다. 지난해 약 19만 명으로, 지난 2019년(23만명)에 비해 4만 명 정도 감소했다.
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학교 내부에 무료로 헌혈의 집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장학금 형식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라며 "기재할 때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단체헌혈 취소가 많고 혈액 수급량이 심각하게 적은 상황이다"고 밝혔다.
최근 중고거래 앱을 통해 헌혈자에게 사례를 하겠다는 사례까지 발생, '매혈 논란'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실제 지난 23일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A형 헌혈자를 구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사례하겠다. 금전 거래를 적으면 안 될까봐 개인적으로 연락을 부탁드린다.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국적으로 헌혈이 감소해 혈액원에 혈액이 바닥난 상태라고 한다. 제가 전치태반으로 제왕절개 수술 예정인데 긴급 수혈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도움을 요청한다"고 했다.
헌혈에 대한 현금성 보상이나 혈액 거래는 혈액 보유량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벌어지는 씁쓸한 현상이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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