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포항 鐵·구미 전자
인재·기술 유출-역외이전 탓
제조업 쇠퇴 지역경쟁력 '뚝'
권역별로 산업공유지 구축
최고의 제조업 메카 부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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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아이스퀘어벤처스 대표 |
1960~80년대 대한민국 산업근대화를 이끌었던 대구는 '대한민국 섬유산업 중심지'로서, 경북 포항은 세계적인 철강도시로서, 구미는 산업화의 상징이자 무역흑자의 90%를 담당하기도 했던 전자모바일도시였다. 이와 같이 전국 최고의 제조업 메카를 자랑하던 대구경북이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지역총생산(GRDP)의 경우, 2019년 대구는 3.00% 11위로 전북과 강원의 추격을 당하는 처지이며, 경북 역시 5.58% 5위로 부산과 인천으로부터 추격당하는 신세다. 더구나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대구경북 제조업체의 매출감소율은 6.5%로 지방 평균 5.7%보다도 큰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구경북 제조업은 수출기업의 비중이 낮아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과 대안이 필요하다.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모노즈쿠리, 중국의 제조2025 정책,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명 등은 주요국 모두가 제조업이 단지 제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문제라는 인식하에 제조업 르네상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대구경북의 제조업 쇠퇴는 단순히 2차산업의 하락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쟁력의 추락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은 1990년대 이전까지는 세계 제조업 생산 비중의 20%가 넘을 만큼 제조업 강국이었다. 그러나 세계화에 따른 오프쇼어링(offshoring)으로 미국기업들의 생산기지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인력과 기술도 함께 유출되었다. 즉 기술혁신의 기반인 '산업공유지'가 미국 밖으로 이전하면서 '산업공유지' 붕괴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미국 제조업 경쟁력의 추락이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의회는 제조업과 '산업공유지'와의 재결합, 즉 집적을 추진하며 경쟁력 확보를 대대적으로 지원하였다. 그 결과 미국으로 돌아오는 생산기지, 즉 리쇼어링(reshoring) 기업 수가 2010년에는 16곳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844곳(누적)으로 급증하였으며, 제조업 생산지수 역시 2010년을 기준(100)으로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17년에는 107.6으로 상승하여 미국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게리 피사노 교수와 윌리 시에 따르면, '산업공유지'(industrial commons)는 기술노하우, 경영능력,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인력, 경쟁사, 공급사, 고객사, 협력 연구개발 벤처,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테크노파크, 대학과 정부가 모두 어우러져 혁신을 만들어내는 요람이다.
비슷한 추론에 의하면 대구경북의 제조업 쇠퇴와 지역경쟁력 약화는 인재와 기술의 유출 및 제조기업의 역외이전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역으로 경쟁력 회복 역시 '산업공유지' 구축을 통해 인재와 기술유출의 방지 및 제조기업 유지와 유치가 해법이다. 지역 내 권역별 중핵도시인 대구, 포항, 구미, 경산, 안동 등을 중심으로 지역특화지수가 높은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각각의 산업공유지의 구축, 즉 설계-연구와 제조를 집적시켜야 한다. 물론 모듈화가 가능한 것은 분리시켜도 무방하다.
결론적으로 대구경북은 수도권에 비해 규모면에서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내 산업공유지를 중심으로 노동·자본·공급망·지역사회의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한편 글로벌 지향성으로 더 큰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연결하여야 한다. 산업공유지 구축을 위하여 인프라 투자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에 더하여 산학협력의 상설화를 추가한다면 '집적의 경제학' 혹은 '지역 클러스터'의 구축이 가능해져 대구·경북은 다시 한 번 더 제조업 르네상스를 구가할 수 있다.
이재훈 <아이스퀘어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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