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하이브 등 대형 엔터기업
자체 플랫폼 만들고 비전 설정
네이버 운영 '제페토' 대표적
아바타 서비스로 수익 창출도
블랙핑크 개최 가상 팬사인회
전세계서 5000만명이나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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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블랙핑크가 3D 아바타 캐릭터로 선보인 신곡 '아이스크림' 댄스 퍼포먼스 영상(위). 걸그룹 에스파는 현실세계 멤버 4명과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 4명이 공존하고 서로 소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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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블랙핑크가 3D 아바타 캐릭터로 선보인 신곡 '아이스크림' 댄스 퍼포먼스 영상(위). 걸그룹 에스파는 현실세계 멤버 4명과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 4명이 공존하고 서로 소통한다. |
메타버스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며 한류를 확산시키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의 융합으로 한류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가운데, 음악공연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와 결합해 다양한 공연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2차원의 한계를 넘어 문화콘텐츠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채널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만큼 메타버스 속 한류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다.
◆가상·현실 잇는 새로운 세상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실감기술을 통해 결합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진 융합된 세계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체돼 있던 한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메타버스의 4가지 유형 중 소셜 네트워킹 기능을 강화한 라이프로깅(Lifelogging·개인의 일상을 인터넷 또는 스마트 기기에 기록하는 것) 메타버스에 주목해왔다. 이미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어 있어 이용자들을 쉽게 확보할 수 있고, 메타버스 속 공간과 콘텐츠를 물리적 제약 없이 무한하게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는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가 대표적이다. 이 플랫폼은 공연·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보여주는 실험적 콘텐츠를 주로 시도하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본딴 3D 아바타를 이용해 소셜 네트워킹을 실시하여 글로벌 AR아바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크리에이터 기능을 이용해 아바타들이 입는 옷과 액세서리 등을 제작·판매해 실제 수익창출로 이어진다.
2020년 9월 제페토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가상 팬 사인회에는 5천만명의 팬이 몰리며 대성황을 이뤘다. 메타버스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전 세계 어디에도 5천만명의 인원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없다는 점에서 공간 제약 없이 현실보다 더 화려한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 이런 공연이 가능했던 건 메타버스 핵심 참여자 및 문화의 주 소비자가 Z세대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의 약 70~80% 정도는 10대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소비층 역시 Z세대다. 온라인에 거부감이 없고, 메타버스라는 세계를 오히려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당연히 메타버스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 가속화
최근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는 앞다퉈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는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를 개발하여 운영 중이고, SM은 자사 메타버스 비전을 'SMCU(SM Culture Universe)'로 설정해 현실세계의 멤버 4명과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 4명이 함께 공존하고 서로 소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걸그룹 에스파(Aespa)를 공개했다. 엔씨소프트는 메타버스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K-pop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유니버스(Universe)를 출시했다. 출시 전 사전 예약에만 수백만 명이 몰려 화제가 됐는데, 유니버스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이다.
메타버스 시대의 문화콘텐츠는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현실세계와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메타버스 속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넘어 가상세계의 수익이 현실세계의 수익으로 연결이 돼 어떠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SM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유료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를 시작했다. 전 세계 12만3천여 명이 접속한 비욘드 라이브에서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을 12m 크기의 혼합현실(MR) 이미지로 등장시키기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의 캐릭터 프랜차이즈인 BT21과 협업하여 아바타용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을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블랙핑크는 신곡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 무대를 3D로 선보여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JYP도 트와이스와 ITZY의 뮤직비디오를 제페토 버전으로 제작해 협업을 진행했다.
메타버스와 한류의 만남은 이처럼 현실 같은 실재감과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접근성으로 가상과 현실을 잇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특히 라이프로깅 메타버스는 K-pop 공연, 음악 한류, 관광한류, 패션·뷰티 한류 등 한류 문화콘텐츠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주저하지 말고 한류는 메타버스에 올라타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와 머지 않은 시기에 문화의 창작자이자 문화의 주소비자가 될 Z세대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서이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는 "메타버스 속 한류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한류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적 상상력을 담은 차별적인 경험과 다양한 이벤트, 메인 콘텐츠에서 파생되는 N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메타버스 이용자들의 다양성에 따른 수용성 확보 및 포용적 자세, 수익창출 구조 등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메타버스가 일상 속 새로운 플랫폼으로 잘 정착하고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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