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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과 책상사이] 코로나 시대의 학습법

20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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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5학년 엄마입니다. 영어 말하기와 듣기를 위해 직접 외국인과 대면하는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며칠 동안 학원에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도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는지요? 학생을 둔 부모님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대부분 학부모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문득 떠오르는 공부법이 있다. 독일의 슐리만은 트로이 유적을 발견한 고고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어학에도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14세 때 사환으로 고용돼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해 15개 국어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받는 급료의 절반을 내고 개인 교사를 고용했다.

"나는 엄청난 열의를 가지고 영어 학습에 전념했는데, 그때의 절박한 상황에서 모든 언어를 쉽게 익힐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발견했다. 그 간단한 방법이란 다음과 같다. 여러 번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을 것, 결코 번역하지 말 것, 매일 1시간씩 충당할 것, 항상 흥미 있는 대상에 관해 작문하고 교사의 지도를 받아 수정할 것, 전날 수정한 것을 암기하고 다음 시간에 암송하라."

그의 학습법을 '통암기법'이라고 부른다. 그는 심부름을 하면서도 책을 가지고 다니며 암기했다. 그는 영국 작가의 책 두 권을 통째 암기했다. 이 방식으로 6개월 만에 영어를 마스터했다. 그다음에는 프랑스어로 쓰인 책 두 권을 암기해 역시 6개월 만에 프랑스어를 마스터했다. 그가 이런 방법으로 기억력을 강화하자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을 유창하게 쓰거나 말하는 데 6주 이상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슐리만은 어릴 때부터 "언젠가는 그리스어를 배울 수 있는 행복을 저에게 주시옵소서"라고 신에게 기도했다. 그 소망이 34세에 실현되었다. 그는 그리스어로 된 책을 통째 암기함으로써 현대 그리스어를 6개월 만에 마스터했다. 고대 그리스어를 공부한 지 3개월 만에 호메로스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도쿄대 교수를 지낸 노구치 유키오가 쓴 '초학습법'에 나오는 내용이다. 노구치는 대학에서 교양 과정 수학을 가르치는 교수의 말을 소개하며 "학교에서 공부하는 수학은 새로운 이론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옛날부터 대수학자가 이뤄낸 체계를 이해하면 된다. 시험은 그것을 올바르게 이해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일 뿐이다. 학문으로서의 수학 말고, 입시 수학은 일종의 암기 과목"이라고 주장했다. 맹목적인 암기는 지양해야 하지만, 그것은 지식 습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말이나 외국어로 쓰인 좋은 문장, 연극의 명대사, 명시 등을 암기하면 작문 능력과 표현력이 엄청나게 좋아진다. 우울한 비대면의 시대에 연령에 관계없이 명연설문이나 단편 소설 등을 통째 암기해 보면 기적 같은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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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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