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0328010003699

영남일보TV

[이영란의 스위치] '人文을 공부하는 기업인' 윤동한 한국콜마그룹 회장 "이순신은 인내로 난관 극복…尹도 여소야대 인내의 리더십 필요"

2022-03-30

2022032801000864900036991
자수성가한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은 인생을 설계하는 젊은이에게 "어떤 사정 때문에 꿈꾸던 길을 가지 못했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며 "자신이 지금 하는 것을 사랑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성실히 나아가다 보면 누구보다 먼저 큰 성취감을 느낄 날을 맞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역사속엔 실패·성공사례 무궁무진
유사한 경험과 모델도 찾을 수 있어
젊은이들 구체적 인생 계획 세우고
독서 통해 많은 간접경험 하길 바라

경제는 흐름이고 물꼬만 터주면 돼
새 정부 단기 성과 의식하지 말아야
尹당선인 상황판단 탁월해 잘할 것"


기업 운영에 매진하던 한국콜마그룹 윤동한 회장의 '사회'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하면서 시간이 많아진 그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뤄 나가고 있다고나 할까. 청소년 시절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후 신문기자가 되려는 꿈을 꿨으나 대입 시험을 불과 40일 남기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장남으로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인생 항로를 완전히 바꿨던 윤 회장이다.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평생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는 '이순신 학교'를 운영하고, 최근 출간한 '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내면서 역사와 지리에 해박한, 인문(人文)을 공부하는 기업인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윤 회장은 지난 2월에는 영남대 총동창회장을 맡아 지역 공헌을 위해서도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서울 서초동 한국콜마 계열사인 '콜마비앤에이치' 서울사무소에서 21일 윤 회장을 만났다. 윤 회장은 지난해 이 빌딩을 신축 완공하면서 마치 화룡점정하듯 두 마리의 황소 조각상을 입구에 세웠다. 그의 경영철학인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메시지를 회사 밖으로 꺼내 더 널리 전하려는 듯.

▶왜 이순신인가.
"한국사를 둘러싼 '도전과 응전'의 많은 인물 중에 유독 이순신 장군만이 영웅보다 격이 높은 성웅(聖雄)으로 불리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충무공이 어떻게 수많은 전쟁에서 전승을 했고, 23년의 군 생활 중에 15년을 육군으로 지낸 분이 전투방법이 다른 수군 생활에 어떻게 적응했으며, 명량해전 같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이긴 원동력이 무엇인지 의아하게 생각돼 많은 문헌 등을 찾아보고 연구했다. 공부해 보니 이순신은 단순히 용감하게 싸우고, 훌륭한 전술로 전투를 승리로 이끈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을 예측하고 이를 미리 대비해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보천리가 한국콜마의 경영철학으로 알고 있다. 이순신 정신과도 맞닿아 있나.
"그렇다. 차근차근 꾸준히 하면 결국 도착은 누구보다 먼저가 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삶이 우보천리 정신을 실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순신의 사람'을 세상에 알리는 등 책 쓰는 재미에 푹 빠진 듯하다.
"수 년 전 이순신 장군의 호를 딴 여해재단을 만들어 이순신학교 운영 등 이순신 리더십을 전파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연구와 탐사를 계속하면서 이순신이 성웅이 되기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던 것을 알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류성룡, 정걸, 초계 변씨 등 세 사람이다. 이순신의 멘토를 조명한 '80세 현역 정걸 장군'과 충무공 어머니인 초계 변씨를 다룬 '조선을 지켜낸 어머니'(이상 가디언) 등 두 권의 책은 나왔고, 곧 서애 류성룡 선생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생각을 모으고 있다. 앞서 경영인 시각으로 문익점 선생을 새롭게 조명한 '기업가 문익점' '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왔다' 등 두 권의 경영에세이집도 발간했는데 교보문고 상위에 랭크되는 등 독서가에서 꽤 인기를 얻었다."(웃음)

▶대구가톨릭대 대학원에 국내 첫 이순신학과가 개설되었는데.
"이순신을 연구하는 석박사통합과정이다. 여해재단에서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을 대준다. 경영학 박사 학위가 있지만 나도 신입생으로 등록했다. 석좌 교수로 강의도 하면서 '이순신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하나 더 딸 예정이다. 그리고 여기서 배출한 연구자들과 함께 '이순신학회'를 꾸릴 생각이다."

▶검사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순신'의 어떤 점을 본받으면 좋을까.
"이순신 장군의 모든 의사 결정과 행동의 밑바탕에는 '백성 중심'이 있었다. 윤 당선인도 국민과 국가가 중심에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순신 장군은 인내와 1년 정도의 준비로 여타 '수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을 만들었다. 그리고 난관과 반대를 인내로 이겨냈다. 윤 당선인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인내하며 국정을 펼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이후'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조언하면.
"경제는 흐름이다. 물꼬를 터주는 일만 하면 된다. (윤 당선인은)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탁월하니까 잘될 것으로 본다. 다만 단기성과를 의식하면 안 된다."

▶기업 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경제인이 많다.
"기업활동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일터를 제공하여 인재들이 모여들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들이 신나게 일하게 하기만 하면 된다. 돈은 사후 성과를 측정하는 수단일 따름이다.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더 효율적인 유통 단계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익이 불어난다. 나도 이걸 깨닫는 데 제법 오랜 시일이 걸렸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기업인들을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독서광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시간이 되나.
"매월 한 차례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공부모임을 20여 년 운영하고 있다. 공부는 경영을 하기 위한 것이다. 기초 체력을 위해 책으로 경험하고 모방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내게 책은 스트레스 해소에 최상의 방법이다."

▶역사공부에 천착하는 이유는.
"유사한 경험과 모델을 역사를 통해서 찾을 수 있다. 역사 속에서는 실패와 성공의 사례가 무궁무진하다."

▶한국콜마의 사내 독서문화도 특별하다고 들었다.
"신입 사원부터 CEO까지 1년에 최소 책 6권을 읽고 독후감을 낸다. 사업장 11곳에 사내 도서관인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책을 빌려준다. 전자책과 오디오북도 이용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 생각이 정리된다.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는 능력도 키워진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우리 회사 직원 모두가 소중한 인재다."

▶어떻게 해서 창업하게 되었나.
"대입 시험을 불과 40일 남기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린 시절 사학과에 진학해 신문기자가 되려는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서울대 상대에 시험을 봤다가 낙방하자 재수하지 않고 당시 2차였던 영남대에 진학했다. 졸업하고 농협을 거쳐 대웅제약 부사장까지 했다. 사장 제안을 뿌리치고 나와 창업했다. 사회에 진출하면서 기자가 되려는 꿈을 이루지 못하는 대신 내 회사를 일구겠다는 계획을 실천한 것이다. 그사이 국회의원 출마 제안 등 정치입문을 요구받기도 했는데 다 물리쳤다. 선택하고 집중해 회사를 이 정도로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부모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자식들에게 권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나는 지금은 '자신이 지금 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한다.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웃음)

▶인생을 설계하는 젊은이를 위한 덕담을 더해주면.
"꿈을 가지고 꿈에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독서로 간접 경험을 많이 하길 바란다."

▶대구경북의 1인당 GRDP가 30년 가까이 전국 최하위다. 지역 발전을 위한 조언은.
"대구경북이 더 잘할 수 있는 업종을 골라서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고부가가치 산업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쉽게 모방되지 않는 분야, 예컨대 기술과 생명이 중심이 된 업종이 좋겠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윤동한= △1947년 경남 창녕 출생 △1970년 계성중·고,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1990년 대웅제약 부사장 △1990년 한국콜마 창업 △2014년 보건의 날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 △2014년 다산경영상 수상 △ 2016년 5월 영남대 개교 69주년 기념 '자랑스러운 영대인' △2017년 사단법인 서울여해재단 설립 △2018 한국의 경영자상(한국능률협회) △2019년 한국의 100대 CEO(매경이코노미) △한국콜마 회장(현), 서울여해재단 이사장(현) 영남대 총동창회장(현)

기자 이미지

이영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