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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네이버 인기 웹툰 '국선변호사' 경산서 제작…반도체 산업만 돈버는 게 아니다"

2022-07-08 15:18

서부2동에 있는 한국만화인협동조합서 만들어 수출 계약도
조재호 조합장 "만화산업도 수도권 쏠림 현상 심각한 수준
인재 길러도 일감 찾아 떠나 비수도권 만화생태계 붕괴돼
청년 대학도시 경산은 만화도시로 발돋움 충분한 잠재력"

네이버 인기 웹툰 국선변호사 경산서 제작…반도체 산업만 돈버는 게 아니다
7일 경산시 서부2동 행정복지센터 5층에 있는 한국만화인협동조합에서 조재호 작가가 작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 인기 웹툰 국선변호사 경산서 제작…반도체 산업만 돈버는 게 아니다
조재호 한국만화인협동조합장이 영남일보에 제공한 만평.만화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실을 담았다.

구독자가 37만명인 네이버 인기 웹툰 '국선변호사'. 현재 1부 78화까지 올라와 있다. 구독자가 남긴 댓글에는 "혹시 작가님이 경산출신? 서부랑 압량 나올때는 설마했는데 오늘 지명에 경산도 나오네요. 고향이 경산이라 무지 반갑네요"라고 적혀있다. 작품의 배경은 경북 경산시가 맞다. 남매지, 경산시청, 경산경찰서, 삼성현역사문화공원, 대부잠수교 등이 등장한다. 배경뿐만 아니라 제작도 경산에 있는 한국만화인협동조합에서 한다.

7일 오후 2시 경산시 서부2동 행정복지센터 5층에 있는 조합 사무실은 금요일마다 작품을 업데이트해야하기 때문에 분주했다. 금요일 0시에 올릴 78화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조합장을 맡고 있는 조재호 작가는 "국선변호사 작품을 드라마제작사와 계약을 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구독자는 최소 10배, 많게는 100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3부에 걸쳐 총 300화를 계획하고 있는데 네이버와 8개국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2부에서는 서울시가 나오고, 3부는 해외배경으로 만든다고 한다.

웹툰 드라마는 통상 두 종류로 나뉜다. 드라마 제작사가 드라마 흥행여부를 미리 가늠하기 위해 웹툰으로 먼저 작품을 만들어 '간을 보는' 경우와 웹툰 자체의 스토리가 드라마 제작사의 '눈에 든' 경우다.

국선변호사는 후자에 해당된다. 스토리는 조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오고, 밑그림은 조 작가 아내의 손에서 나온다. 조합원인 어시스턴트 작가들이 세부 작업에 참여해 작품을 완성한다.

작품의 작가는 '연재플러스'다. 조 작가 아내의 이름과 자신의 필명을 합쳐서 지은 것이지만 부부 합작의 개념이 아니라 협동조합의 닉네임이라고 한다.

조 작가는 "조합원이 한때 100여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40여명으로 줄었다. 실력이 늘면 일감이 많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웹툰산업도 수도권 쏠림이 심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년 웹툰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규모가 1조 538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무려 64%나 급증했지만 작가들의 71%가 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 출신인 조 작가는 2013년에 한국만화인협동조합을 서울에서 만들었다. 국내 최초 만화 웹툰관련 협동조합이다.

그는 "처음 조합사무실은 송파구 지하상가에 있었다. 롯데월드랑 올림픽아파트 가다보면 있는 곳인데 슬럼화돼있었다. 구청에서 사무실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 지역을 만화 캐릭터와 이미지로 꾸며줬다. 이 작업으로 송파구는 슬럼화지역 개선사업 관련 서울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만화와 관련해서 다른 기관의 일을 맡으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서울의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며 며 "그러던 중 인연이 닿았던 당시 경산시청 전략기획팀장의 권유로 2018년 경산으로 왔다"고 했다.

경산에서의 현실도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

협동조합은 4대 보험에 들 수가 없었다. 작가들은 한 작품을 끝내면 다음 작품 구상을 위해 짧게는 6개월이 필요한데 이 기간에는 수익이 전혀 없다. 이런 상황서 4대 보험마저 적용안돼 생활은 더욱 벼랑끝으로 몰린다.

조 작가는 고용노동부가 지정하는 '인증사회적기업'에 도전했다.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여러가지 기준을 통과해야한다. 만화관련 조합으로는 전국 최초로 두 달전 인증받았다. 4대 보험 걱정은 이젠 없다.

그러나 공들여 양성한 지역의 만화 인재들은 수도권을 향한다.

그는 "반도체 산업만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만화산업도 비수도권에서 충분히 돈을 벌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수도권 편중 구조를 막고 지역내 만화 생태계가 조성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얼마전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관련 보도가 있었다. 부천시의 출연기관인데 정부 만화관련 예산이 사실상 그쪽으로 다 간다. 여기에 입주하면 모든 지원사업이 우선시되니깐 작가들이 일감을 얻으려고 보따리를 싸고 그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비수도권도 만화생태계를 조성하면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큰 역할을 한다며 일본 니가타시를 롤모델로 제시했다. 한국인만화협동조합은 니가타시 만화산업협동조합과 콘텐츠 분야 교류 업무협약도 맺었다,

니가타시는 도쿄와 함께 일본 만화도시의 양대 축이다. 1998년 일본지역 최초로 만화공모전 '니가타 만화대상'을 만들었다. 민관합동으로 2010년부터는 '애니메이션,만화 축제페스티벌(가타페즈)'를 개최해 일본 전역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했다.

일본 정부도 신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쿨재팬'사업을 실시하며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미디어 예술을 핵심역량사업으로 선정해 밀어주고 있다.

그는 "니가타시는 시청에 만화관련 부서를 따로 두고 있고, 'JAM'이란 3년제 만화전문직업학교가 있다. 이곳을 졸업하면 취업률이 100%라고한다. 경산지역에서도 대구대 영상애니메이션 디자인 전공과 경일대 만화애니메이션과가 인기다. 대학 청년도시인 경산시도 만화 1번지로 발돋움할 잠재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전망했다.

조 작가는 '만화도시 경산'을 만들기 위해 지역밀착형 사업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오는 10월 12~22일 경신시민회관에서 '시니어 전성시대'라는 작품전을 연다.

경산 지역 어르신 10명의 이야기를 담는다. 작가들이 취재해서 인생 스토리를 한명당 15~20컷의 만화로 그려낸다. 사진과 함께 총 250~30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교사의 꿈도 갖고 있었던 조 작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유명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만화를 배웠다. 25세때 대원문화사의 만화공모전에 당선돼 작가로 데뷔했다. 어릴적 월간지'소년중앙'에 실린 이상무 작가의 주인공 캐릭터 '독고탁'에 빠져들면서 만화가 그의 인생이 되었다.

"집사람의 고향이 청송인데, 경산에는 청송사람들도 많아서 좋다. 부모님이 모셔진 영천 호국원도 비교적 가까워 경산생활이 만족스럽다"며 "이곳에서 만화도시를 꼭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서울 말투엔 이미 경상도 억양도 간간이 섞여 있다.

 


글·사진=윤제호기자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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