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학생 연쇄 이동 불가피…지방대·이공계 공동화 위기
"공대생들 의대 이탈만 심화 현 입시제도 개편 뒤따라야"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 명 늘리기로 공식적으로 밝힌 6일 대구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06년 이후 3천 58명으로 동결됐던 전국 의대 정원이 19년만에 5천 58명으로 증원될 예정이다.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
정부가 올해 대학입시에서 의과대 입학 정원을 한꺼번에 2천명 늘리기로 했다. 지방대와 이공계 학생들이 서울 소재 대학으로 옮겨가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 확대 시 이공계 '블랙홀'이 된 입시 제도를 손질해야 지방대와 이공계 공동화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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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천명 증원, 현재 3천58명에서 5천58명으로 확대한다. 오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늘린다는 목표다.
정부는 10년 뒤 의사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의료 취약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 인력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약 5천명이 필요하다.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고려하면, 2035년 1만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게 정부 시각이다.
하지만 교육·입시계에서는 의대 증원에 맞춰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 이공계열 학과, 이공계가 특화된 카이스트나 포스텍, 경북대 등 지방 국립대의 우수 인재가 다수 의과대로 연쇄 이동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한다. 상위권 대학 공대생이 의대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국내 이공계열 학과의 하향 평준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 쏠림 현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 자연계열 학과 자퇴율은 인문계열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20년 3월~2023년 4월 서울 15개 대학 중도탈락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1만7천840명이 미등록·미복학·자퇴 등의 이유로 학업을 그만뒀다.
계열별로는 인문계 자퇴율이 1.8%에 그쳤지만, 자연계는 2.3%로 2.3배 더 높았다. 서울·고려·연세대만 분석하면 인문계 자퇴율은 1% 미만 수준을 보였지만 자연계는 4~5.2%로 최대 5.7배까지 벌어졌다. SKY 자연계열 이탈 학생 상당수는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관측됐다.
송원학원 차상로 진학실장은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예전 높은 합격선으로 인해 포기했던 학생도 가능성을 기대하고 반수나 재수, 삼수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지역민들은 "이제 소아과 오픈런은 안 해도 될 것"이라는 반응과 함께 "의료의 질이 저하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했다. 대구경북권 대학들은 의대를 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 간 입장이 달랐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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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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