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 영향으로 대학·학과 따라 학생 연쇄 이동 가능성
의대 합격 기대하고 반수나 N수 동참하는 학생 늘어날 듯
입시 전문가 "대학, 증원된 의대생 가르칠 인프라도 확보해야"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구체적 규모 발표가 임박한 6일 오전 대구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됐던 전국 의대 정원이 19년만에 약 2000여명 증원될 예정이다.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6일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규모(2천 명)를 발표했다. 이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지방대 및 이공계 공동화 현상에 대한 전망과 우려가 나온다.
지방대 및 이공계 공동화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가 현실화 될 경우 예상됐던 현상들 중 하나다.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면 일부 학교와 학과에서 연쇄 이동 현상이 일어나면서 지방대·이공계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에 맞춰 이른바 'SKY' 대학 이공계열 학과와 이공계가 특화된 카이스트나 포스텍 등의 우수 인재들이 다수 의과대학으로 연쇄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상위권 대학 공대생들이 의과대학으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이공계열 학과의 하향 평준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자연계열 학과 자퇴율이 인문계열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20년 3월~2023년 4월 서울 15개 대학 중도탈락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문·자연계 총 1만7840명이 미등록·미복학·자퇴 등의 이유로 학업을 그만뒀다. 자퇴생은 1만3460명으로 전체 재적생 대비 2.3%였다. 계열별로 나눠보면 인문은 46만6천991명 중 1만1천856명(2.5%)이, 자연은 12만2천933명 중 5천984명(4.9%)이 중도탈락해 자연계 탈락률이 두 배 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퇴율의 경우 지난 3년간 인문계 자퇴율(8천201명)은 1.8%였으나 자연계의 경우(5천259명) 2.3%로 나타나 2.3배 더 높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만 분석하면 인문계 자퇴율은 1% 미만 수준을 보였지만 자연계 자퇴율은 4~5.2%로 최대 5.7배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해 강득구 의원실은 "교육계에서는 자연계열 상위권 대학의 학생 이탈이 최상위권의 의대 쏠림에 따른 연쇄 반응이라는 해석이 많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의대 선호' 분위기 속에 우수 이공계 학생이 이탈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까지 이뤄지면 그 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
송원학원 차상로 진학실장은 "의과대학 입학 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합격선은 낮아질 것이고, 예전엔 높은 합격선으로 인해 포기했던 학생들도 합격 가능성을 기대하고 반수나 재수, 삼수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공계 합격선도 함께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서 다소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가 입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다각적으로 장단기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과대학에서 정원 증원에 대비해 학생을 가르칠 인프라가 구축돼 있느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구의 한 입시전문가는 "의대 정원만 늘리면 끝이 나는 게 아니다. 증원된 의대생을 가르칠 기자재와 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하면 자칫 교육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의대 쏠림 현상 속 이공계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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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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