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학병원 전공의 집단사직 첫날 스케치
예약시간보다 수 십분 지연…암센터 대기 최소 2시간 30분
"빠른 마무리로 피해보는 일 없길" 장기화 시 불편 불가피할 듯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20일 대구 중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
"아이고, 답답합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된 20일 오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본원. 진료 중단 등 집단행동 여파를 걱정하고 업무 개시 전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환자들은 검사 진료 접수증을 들고 시계를 번갈아 보며, 원무과 업무 시작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걱정을 뿌리치지 못한 한 환자는 자원봉사자를 향해 진료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진료는 계획대로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100%는 아니다"였다.
오전 7시30분쯤 원무과 업무가 시작됐다. 종종 "교수님 만날 수 있는가" "오늘 검사 받을 수 있는가"라고 묻는 환자의 질문에 원무과 창구에서는 "들어오는 대로 처리하고 있다. 저희도 잘 모른다"고 했다.
경북 성주에서 온 60대 박모씨는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원무과에서 진료 접수해 줬다"며 "곧 수술도 받아야 하는데, 그 일정이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대구 남구에서 가족과 함께 온 70대 김모씨도 "오전 10시20분 진료를 예약했는데, 20분 정도 늦게 진료를 받았다"며 "하루빨리 이 사태가 잘 마무리돼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경북대병원 본원 접수실 대기자는 △외래(접수·수납·검사예약) 28명 △초진 7명 △입원 수속(입·퇴원 제증명)△퇴원 수납 6명 등으로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1층 원무과 앞에서 만난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아직은 큰 무리 없이 정상적인 진료가 진행되고 있다"며 "병원에서 비상상황실을 운영 중인 만큼, 당분간은 차분한 진료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영남대병원도 오전 7시30분부터 파업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접수처에 모이기 시작했다. 정식 접수 시간을 30분 앞둔 8시부터 접수 대기 환자 수가 25명을 넘어섰다. 채혈 접수처에는 이미 40여 명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녹내장 수술을 받고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차모(여·60)씨는 "진료를 받지 못할까 봐 일찍 왔다. 담당 의사가 출장 중이라고 해서 직접 진료를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는 더 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들은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더 긴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암센터에서는 오전 진료를 받는데 최소 2시간 30분 이상 대기시간이 걸렸다. 정모(67)씨는 "오늘따라 대기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9시부터 기다렸는데 대기인원을 보니 오전 내로 못 받을 것 같다"며 "간 수치가 높다고 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혹시 암에 걸렸을까 봐 걱정이 된다. 만약에 암에 걸렸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도 받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아이가 발열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았다는 정모(36)씨는 "아직은 다행히 별 이상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진료를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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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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