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로컬 콘텐츠인가
저출생에 따른 지역 소멸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현재 전국 시·군·구 228곳 중 절반이 넘는 118곳(52%)이 소멸 위험 지역이다. 게다가 출생률까지 낮아지면서 지역 소멸 가속화는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소멸 대응책으로 '로컬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로컬 콘텐츠는 지역 특성에 맞게 산업·지식·사회혁신의 생태계가 결합해 지속 가능한 창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영남일보 취재진은 지난달 3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에 참가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로컬 미디어 킬러 콘텐츠 발굴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특강을 비롯해 국내 강원도 강릉·양양, 일본 요코하마·가나자와·니가타 등 로컬 콘텐츠 활성화의 현장을 방문했다.
#인천 개항로프로젝트
똑같은 콘텐츠 난무
지역만의 스타일로 특별해질 수 있어
인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창길〈사진〉 개항로프로젝트 대표는 2018년부터 '개항로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디자이너, 셰프, 사업가 등 20여 명이 개항로의 오래된 건물을 사들이고 이를 카페, 식당, 갤러리 등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들은 '개항로 맥주' '개항로 통닭' '마계인천 페스티벌' 등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만들었다. 또 '마계대학'을 통해 지역의 현장 전문가들이 창업가들에게 기술과 지식을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로컬 비즈니스와 로컬 콘텐츠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도시 분석'이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도시 분석을 하면 네이버, 유튜브, 책 등에 나온 내용을 살펴보고 겹치는 부분을 찾아서 자료로 만든다. 이건 안 된다"면서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기획이 달라지고 특별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인천을 나만의 스타일로 분석했다. 인천은 한 번도 인구가 감소한 적이 없었다. 인천에서 서울로 놀러 가는 사람 중 일부만 인천에 머물도록 만들어도 성공할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 "분석하고 보니 인천은 비즈니스를 하기에 큰 도시였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지역마다 똑같은 콘텐츠들이 난무한 것이 현실이다. "똑같은 콘텐츠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 이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 축제가 되면 사람들은 가까운 곳을 찾는다. 그 도시만의 특별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기획은 단 한 명을 위한 기획도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동네가 강한 지역이 매력적 도시
그 바탕 위에 새 산업 구축 가능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지역의 로컬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로컬에 대한 관심이 로컬에 없습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로컬의 문제에 대해 이같이 단언했다. 모 교수는 "지역에 있는 식당에 가서 왜 로컬 자재를 안 쓰냐고 물어보면 '손님들이 서울의 자재를 원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로컬의 특색을 살려서 무엇을 해봐야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면서 "로컬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로컬을 만들겠다는 일념도 필요하겠지만, 로컬 콘셉트가 잘 되면 그게 우리나라에 좋을 것이란 일종의 사명감 같은 정신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로컬의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선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들면 사람들이 온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어서 그 도시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구축해야 한다. 창의적 도시와 창의력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 교수는 "동네가 강한 도시가 글로벌한 매력 도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은 모두 동네가 강한 지역"이라면서 "동네를 창의적 지구로 만들어야 한다. 동네를 얼마만큼 창조적으로 만들 것이냐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로컬 콘텐츠도 생태계
유기적 연결땐 지역 자원 활성화
고선영〈사진〉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는 지역 자원의 다양한 활용과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하나의 생태계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여행잡지 기자로 일하던 고 대표는 2011년 제주 산방산 아래 사계리 마을로 이주했다. 이후 2014년 4월 제주에서 계간지 '인(iiin)'을 발행했다. 이어 제주 사계리 마을 소유의 옛 농협 건물을 빌려 코워킹 스페이스 '사계 생활'을 운영했다. 또 사라진 제주 명품 브랜드인 '한림수직'을 다시 살리는 프로젝트 등 로컬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고 대표는 "로컬 콘텐츠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여러 지역의 현황을 파악하고 유기적인 장소로 만들어갈 로컬 콘텐츠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로컬에는 아까운 자원이 많다.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한 다양하고 체계적인 정책 및 지원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앵커(anchor)'의 역할도 강조했다. 고 대표는 "로컬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선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의 방향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점은 대부분 지역에 앵커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방식으로 앵커를 유치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유입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인천 개항로프로젝트
똑같은 콘텐츠 난무
지역만의 스타일로 특별해질 수 있어
인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창길〈사진〉 개항로프로젝트 대표는 2018년부터 '개항로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디자이너, 셰프, 사업가 등 20여 명이 개항로의 오래된 건물을 사들이고 이를 카페, 식당, 갤러리 등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들은 '개항로 맥주' '개항로 통닭' '마계인천 페스티벌' 등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만들었다. 또 '마계대학'을 통해 지역의 현장 전문가들이 창업가들에게 기술과 지식을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로컬 비즈니스와 로컬 콘텐츠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도시 분석'이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도시 분석을 하면 네이버, 유튜브, 책 등에 나온 내용을 살펴보고 겹치는 부분을 찾아서 자료로 만든다. 이건 안 된다"면서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기획이 달라지고 특별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인천을 나만의 스타일로 분석했다. 인천은 한 번도 인구가 감소한 적이 없었다. 인천에서 서울로 놀러 가는 사람 중 일부만 인천에 머물도록 만들어도 성공할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 "분석하고 보니 인천은 비즈니스를 하기에 큰 도시였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지역마다 똑같은 콘텐츠들이 난무한 것이 현실이다. "똑같은 콘텐츠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 이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 축제가 되면 사람들은 가까운 곳을 찾는다. 그 도시만의 특별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기획은 단 한 명을 위한 기획도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동네가 강한 지역이 매력적 도시
그 바탕 위에 새 산업 구축 가능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지역의 로컬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로컬에 대한 관심이 로컬에 없습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로컬의 문제에 대해 이같이 단언했다. 모 교수는 "지역에 있는 식당에 가서 왜 로컬 자재를 안 쓰냐고 물어보면 '손님들이 서울의 자재를 원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로컬의 특색을 살려서 무엇을 해봐야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면서 "로컬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로컬을 만들겠다는 일념도 필요하겠지만, 로컬 콘셉트가 잘 되면 그게 우리나라에 좋을 것이란 일종의 사명감 같은 정신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로컬의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선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들면 사람들이 온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어서 그 도시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구축해야 한다. 창의적 도시와 창의력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 교수는 "동네가 강한 도시가 글로벌한 매력 도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은 모두 동네가 강한 지역"이라면서 "동네를 창의적 지구로 만들어야 한다. 동네를 얼마만큼 창조적으로 만들 것이냐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로컬 콘텐츠도 생태계
유기적 연결땐 지역 자원 활성화
고선영〈사진〉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는 지역 자원의 다양한 활용과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하나의 생태계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여행잡지 기자로 일하던 고 대표는 2011년 제주 산방산 아래 사계리 마을로 이주했다. 이후 2014년 4월 제주에서 계간지 '인(iiin)'을 발행했다. 이어 제주 사계리 마을 소유의 옛 농협 건물을 빌려 코워킹 스페이스 '사계 생활'을 운영했다. 또 사라진 제주 명품 브랜드인 '한림수직'을 다시 살리는 프로젝트 등 로컬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고 대표는 "로컬 콘텐츠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여러 지역의 현황을 파악하고 유기적인 장소로 만들어갈 로컬 콘텐츠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로컬에는 아까운 자원이 많다.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한 다양하고 체계적인 정책 및 지원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앵커(anchor)'의 역할도 강조했다. 고 대표는 "로컬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선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의 방향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점은 대부분 지역에 앵커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방식으로 앵커를 유치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유입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