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이덴티티 적극 활용…지역민 사랑받아야 경쟁력 확보"
지난 9월10일 강원 양양군 현북면에 위치한 서피비치에서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서피비치는 칠링존, 태닝존, 요가존, 웨이트존, 시핑존 등 5개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서핑 성지로 자리잡은 서피비치. |
"지역과 친밀해야 성공한다"
"로컬리즘 확대 위해 지역에 대한 공부는 필수…로컬 창업교육센터 등 교육 참여"
지난 9월10일 강원 양양군 현북면 서피비치. 평일 낮이었지만 신나는 음악 소리에 맞춰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노란색 글자가 적힌 조형물 앞에서 서로 인증사진을 찍어주거나 해변 식당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양양 서피비치는 지난 2015년 중광정해수욕장을 서핑 전용 구역으로 허가받아 임대하면서 조성됐다. 금방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서핑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이곳을 탄생시킨 박준규〈사진〉 서피비치 대표는 양양군과 머리를 맞대고 협력한 결과, 자신만의 로컬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박 대표는 "양양군이 지역소멸을 우려하며 저의 아이디어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불법이 아니면 무엇이든 해야 하지 않겠냐'며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었다"면서 "그래도 공유수면 허가 등의 과정에서 5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서피비치에는 칠링존(chilling zone), 태닝존, 요가존, 웨이트존, 시핑존 등 5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해수욕장의 특징을 이용한 비치러닝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로컬 콘텐츠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직원들에 대한 교육 및 투자는 필수적이라는 게 박 대표의 철학이다. 전국에서 찾는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선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직원들에게 1년 중 2달 유급 휴가를 준다. 휴가 기간 중 인도네시아 발리 항공료를 지원해 준다"면서 "바다도 매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직원들이) 발리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이러한 지역 콘텐츠로 양양은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서피비치 옆 KT 기지국을 통해 집계한 결과, 올해 8월까지 14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방문하는 이들이 점점 늘면서 지역 경제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 일례로 양양에 문을 연 서핑숍만 무려 102개로 늘어났다.
로컬에서 콘텐츠로 성공하기 위해선 지역 친화도 중요하다. 서피비치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지난 4~6월 양양지역 내 모든 숙박 시설 이용 시 서핑 상품과 서핑 강습 비용 할인 등을 제공했다.
그는 "로컬 창업은 사업성과 지역 기여성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하려고 하는 사업이 지역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리포트를 최소 한달에 한 번 이상 만들어 주변 상인들에게 보여준다. 기획 초기부터 지역과 함께하는 것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지역을 잘 이해하는 것도 로컬 콘텐츠 활성화의 지름길이다. 박 대표는 "로컬에서 살아남고 로컬리즘을 확대하기 위해선 그 지역에 관한 공부가 필수"라면서 "로컬 창업 교육센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에 대해 이해하고 지역의 자산을 다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9월 강원 강릉시 홍제동에 위치한 '버드나무 브루어리'를 찾은 방문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버드나무 브루어리' 전경. |
버드나무 브루어라는 제품에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중 '미노리 세션' '즈므블랑' '하슬라IPA' 등 맥주이름에 지역색을 담았다. |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는 지역 서점과 연계한 '책맥'행사를 진행 중이다. 책 구매시 맥주 한 잔을 제공한다. |
#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지역 정체성을 담아라"
"지역사회 제대로 자리 잡고 대표성 가져야…서점·맥주 연계 '책맥'행사도 호응"
같은 날, 강원 강릉시 홍제동에 위치한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 만난 이창호〈사진〉 버드나무 브루어리 대표는 로컬 콘텐츠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같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일제강점기, 강릉에는 4곳의 양조장이 있었다. 2014년 마지막 양조장이 폐업하면서 남아있는 공간을 탈바꿈해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만들어졌다. 2015년 9월 리모델링을 끝내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강릉의 아이덴티티를 사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강릉에서 사랑받아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소신을 담은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특히 '하슬라IPA' '미노리 세션' '즈므블랑' 등 맥주 이름에도 지역색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하슬라는 강릉의 옛 지역명으로 '큰 바다'라는 뜻을 의미한다. 미노리와 즈므 역시 강릉의 옛 지명이다. 또 모든 맥주의 주재료는 강릉의 식자재를 활용하고 있다.
그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사업에도 힘닿는 대로 동참하고 있다. '우리 동네 히어로'는 지역사회를 위해 애써온 평범한 동네 사람들을 떠올리며 만드는 맥주다. 판매 수익금은 동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3천만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지역 서점과 연계한 '책맥(책과 맥주)' 행사도 진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 서점에서 책을 선정하면 이곳에서 판매가 이뤄진다. 매장에서 책을 구매하면 맥주 1잔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로컬 브랜드로 성공하기 위해선 '정체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을 따라가면 정체성을 잃게 된다. 로컬 브랜드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도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지역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활용해 지역 맥주로 탄탄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에서 글·사진=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정지윤 기자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