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소멸하는 지방에 그 도시만의 스토리를 입혀 되살려내고 있다. 인구 감소로 폐교된 초등학교와 중학교 부지를 활용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전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핫카이 양조'는 눈이 많이 내리는 미나미우오누마시의 특성에 착안했다. 천연 냉장고 '유키무로'를 활용해 눈으로 숙성한 술을 내놓자,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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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의 대표 작품인 '수영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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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형태를 위해 원형 구조로 만들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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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 무료존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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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토미 토모히로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 홍보전문원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1 폐교 부지의 새 변신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 위치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2004년 문을 열었다. 쇠퇴하는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한 방법이었다. 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된 초등학교, 중학교 부지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 니시지와 류에가가 미술관을 설계했다. 이 곳은 '열린 미술관'이 콘셉트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를 위해 원형 구조로 만들어졌다. 또 동서남북 어디에서든 입장할 수 있게 건물을 디자인했다. 미술관 외벽은 통유리를 설치해 개방성을 갖도록 했다. 특히 세지마 가즈요가 2010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해 미술관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이곳의 연간 방문객은 200만명이다. 2020년에는 전 세계 미술관 방문객 수 10위를 기록했다.
전시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작품은 아르헨티나 출신 현대 미술가인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 '수영장'이다. 수영장 아래 공간은 하루 800명만 관람할 수 있다. 주말은 예약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초등·중학교 폐교 부지 활용
'열린 미술관' 콘셉트로 설계
세계 미술관 방문객 수 10위
곳곳 즐길 만한 요소도 인기
미술관의 또 다른 매력은 방문객이 '즐길 만한 요소'를 두루 구성했다는 점이다. 미술관은 문을 열기 전부터 곳곳에 배치될 설치 작품을 미리 계획했다. 그 결과 외곽은 무료 존, 중앙은 유료 존으로 구성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요시토미 토모히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홍보전문원은 "사람들이 즐길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작가의 이름을 몰라도 관람객들이 재미있게 느끼도록 했다"면서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갖췄다는 점이 미술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을 위한 혜택도 다양하게 제공한다. 지역 주민은 한 달에 한 번 컬렉션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또 지역의 작가 작품들도 구매하고 전시한다. 지역 학생들에게 무료 입장권도 나눠준다.
요시토미 홍보전문원은 "가나자와시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4학년이 되면 미술관 참관 수업을 한다. 참관했던 학생들에게 무료 입장권을 제공해 부모님과 재방문의 기회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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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가타현 미나미우오누마시에는 눈이 많이 내린다. 핫카이 양조에서는 지역의 특징을 활용한 '유키무로'를 운영 중이다. <핫카이 양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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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카이 양조에서는 눈을 활용한 '유키무로'를 통해 핫카이산을 숙성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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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카이 양조의 대표 사케 브랜드 '핫카이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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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카이산 생산부의 시니어 디렉터인 야스시 타나무라가 핫카이산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2 천연 냉장으로 사케 브랜드 핫카이산 생산 '우오누마 노 사토'
일본 니가타현 미나미우오누마시에 위치한 '우오누마 노 사토'는 지역의 특색을 활용해 지역 콘텐츠를 만든 사례다.
우오누마 노 사토는 니가타의 대표 사케 브랜드 '핫카이산'을 만드는 핫카이 양조에서 운영 중인 테마파크다. 이곳에는 사케, 맥주 등을 생산하고 보관하는 양조장을 비롯해 메밀 요리 식당, 빵집 등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시설로 구성돼 있다. 약 5천원(500엔)을 내면 사케를 시음할 수 있는 투어도 가능하다. 연간 방문객 수는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핵심 장소를 꼽는다면 단연 '유키무로'다. 이 지역의 전통적인 방식인 천연 냉장 보관 시설이다. 미나미우오누마시는 매년 겨울 눈이 많이 내린다. 12~3월은 3~4m의 눈이 온 동네를 뒤덮는다. 이 지역 사람들은 예로부터 여름에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눈을 활용했다.
눈덩이로 전통적 냉장 보관
니가타 대표 사케 '핫카이산'
상쾌하고 다양한 풍미 술 맛
양조장을 테마파크로도 구성
핫카이 양조는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을 활용해 핫카이산을 숙성시킨다. 매년 2월 중장비를 활용해 1천t에 달하는 눈을 단열 창고에 채운다. 새로운 눈이 들어올 때까지 미리 채워둔 눈의 65%가량은 녹지 않고 남아 있다.
눈을 활용한 숙성 방식은 술맛을 좋게 한다. 야스시 타나무라 핫카이산 생산부 시니어 디렉터는 "온도 유지가 사케 숙성에 중요하다. 유키무로를 통해 숙성하면 상쾌하고 다양한 풍미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특산물인 쌀을 알리기 위한 행사도 열린다. 핫카이산은 매년 '신미제(新米祭)'라는 행사를 통해 지역 의 쌀을 알린다. 가마에 밥을 지으면 방문객들이 시음을 하는 방식이다. 논에 직접 벼를 심기도 한다.
야노 요코 핫카이산 주조 기획실장은 "방문객이 이 지역의 향수와 사계절을 느끼도록 이곳을 조성했다. 또 지역의 특산물을 맛보게 할 목적으로 양조장을 테마파크로 구성했다"면서 "주조회사가 이 같이 노력하는 것은 지역을 사랑해서다. 방문객이 이 지역을 사랑하게 되면, 핫카이산까지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글·사진=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