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만큼 사고 합리적으로 쓴다…'최소 금액' '최대 만족'
중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 '시엔위'. <출처: 웨이보> |
매년 7~8월 중국 대학가에서는 졸업이나 새 학기를 앞둔 학생들이 사용하던 '중고'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학생들이 고향 집을 떠나 대학 내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인 중국에서는 캠퍼스 공터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한동안 사용했던 각종 물건들을 거리에 진열해 놓고 가격을 흥정하며 판매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가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학생들 간의 중고물품 거래가 온라인 중고 플랫폼으로 대체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의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 버금가는 대형 중고거래 시장이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산 중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는 중국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 산하의 '시엔위'를 꼽을 수 있고, '리에취' '주안주안' 역시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한 청년 세대들이 자주 찾는 플랫폼이다.
中 청년 65% "수입 따라 소비 생활 필요"
오프라인 고가 상품보다 중고 거래 익숙
소비자 40% "친환경 영향, 중고상품 경험"
젊은층, 전체 시장 40% 육박 '성장 핵심'
중고 게임기·스마트 워치 거래 폭발적 증가
중국산 휴대폰 브랜드 상위 톱5에 이름 올려
플랫폼 시엔위, 작년 가입자 수 1억명 돌파
중고 러닝화 한 켤레 판매, 9.3㎏ 탄소 배출↓
중국 Z세대는 최소한의 금액을 소비하면서도 최상의 만족을 경험하기 위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얼마 전 DT연구원과 중국 최대 배달업체인 메이퇀와이마이는 중국 청년 세대의 흥미로운 소비 패턴과 성향에 대해 유의미한 공동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발표한 '현대청년소비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5.4%가 '본인의 수입에 따라 소비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47.8%는 '낭비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의 최소한의 소비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중국 Z세대의 상당수가 합리적인 소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베이징에 거주하는 20대 사무직 여성 우이씨는 연간 평균 약 5만위안(한화 약 934만원)의 비용을 스킨케어 제품과 같은 미용 제품에 지출했다. 하지만 그는 해당 제품의 주요 구입처를 온라인 중고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고 있으며, 고가의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오프라인 상점 대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자신에게 맞는 물건을 찾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우이씨는 "물건을 구매할 때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만족 효능감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서 "가격이나 브랜드와 같은 기존 세대들의 가치관과는 크게 다르다. 비싼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옮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Z세대 소비 패턴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 중국 대학가에서는 학기가 끝나거나 시작할 무렵 기존에 사용했던 각종 생활용품들을 판매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출처: 웨이보> |
국가통계국이 조사한 결과, 1995~2009년 사이에 출생한 Z세대는 중국 전체 인구의 약 20%에 해당하는 2억6천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이 현재 중국 전체 소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육박했다. 2035년까지 Z세대가 중국 전체 소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현재보다 약 4배 이상 더 증가한 16조위안(한화 약 2천990조원)에 달하는 등 중국의 미래 소비 시장 성장의 핵심 요소로 지목됐다.
소비 시장에서 이들의 빠른 부상에 대해 중국인민대학 경영대학원 딩잉 부교수는 "Z세대가 중국 고유의 문화에 대해 더 포용적"이라면서 "이들은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지해 소비를 결정하고 있으며, 소비하는 행위 자체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길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고물품 전문 거래 플랫폼 '주안주안'은 최근 온라인 시장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출처: 웨이보> |
◆"소비자 10명 중 4명이 중고품 구매" 이유는?
중국 소비자 10명 중 4명이 중고품을 구매하거나 판매한 경험이 있으며, 가장 큰 이유로 '친환경적인 소비'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중국 중고 물품 전문 거래 업체인 주안주안그룹은 지난 7월 '중고물품순환거래통찰보고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플랫폼 상에서의 중고 물품 판매 사례는 전년 대비 약 35% 이상 증가했으며, 주요 거래 중고물품에는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와 의류, 시계 등의 제품이 있었다.
특히 중국산 국내 휴대폰의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 데 애플과 화웨이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이어 비보(Vivo), 샤오미, 오포(OPPO) 등의 중국 브랜드가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중국 중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품은 이전과 다르게 다양화되는 추세가 또렷하게 목격됐다. 스포츠 용품과 사무용 기기, 각종 전자 제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 워치 제품의 경우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321.81% 이상 거래량이 늘었고, 스마트 펜이나 태블릿PC 등에 대한 거래량도 큰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과 출시가 빠른 게임기기 역시 중고 플랫폼에 대거 등장하는 경향이 짙었는데, 중고품 게임기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4.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비교적 고가로 책정돼 거래가 가능한 시계 품목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꾸준한 거래 양상을 보였다. 남성과 여성 시계 브랜드 중에서도 티쏘(tisso), 론진(longines) 등 해외 수입 브랜드의 제품이 활발하게 거래됐다. 또 어린이 전문 서적이 중고도서 중 가장 많은 거래량을 보여 학부모 사이에 합리적인 소비와 친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한 수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주안주안그룹 관계자는 "중고 물품 전문 거래 플랫폼이 불티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은 중국 소비자가 가진 각기 다른 소비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면서 "플랫폼이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만나 가격과 품질을 더욱 투명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중고 제품이라도 새 제품처럼 소비되고 순환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소비자 10명 중 4명은 중고품을 구매하거나 판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거주지 인근에서 믿고 거래, 중국판 당근마켓 '시엔위'
시엔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이미 10억위안(한화 약 1천869억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플랫폼 가입자 수는 1억명을 넘어섰으며, 하루 평균 400만개 이상의 중고 물품이 해당 플랫폼에 공유되고 있다. 2019년 창업한 이 업체는 설립 이후 불과 5년 만에 거래 규모가 30배 이상 증가했으며, 지난 2년 동안에는 매년 두 배 이상의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엔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해 중고품이 거래될 때마다 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 정도로 중고품 거래가 활발해지는 양상은 곧 친환경적인 소비 패턴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시엔위에서 주로 거래되는 중고 러닝화 한 켤레가 판매될 때마다 약 9.3㎏의 탄소 배출량이 감소된다. 새 러닝화 대신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중고 러닝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목은 매우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임지연 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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