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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진 <법무법인 세영 변호사> |
사용법은 매우 간단하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업로드한 뒤 "이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라고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약 15초 후, 지브리 스튜디오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담긴 이미지가 화면에 나타나는데 곧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이웃집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수많은 명작이 바로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 스튜디오에서는 작가,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이 모여 수천 장의 그림을 그리며, 오랜 시간에 걸쳐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완성한다. 지브리 특유의 화풍은 이러한 창작자들이 공들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며 그들이 수십 년간 애니메이션에 담아 온 상상의 본질이다.
한없는 알고리즘 속에서, 인공지능이 어렵사리 이루어낸 창작의 문턱을 조심스레 넘나든다. 그 문턱 너머에는 수많은 작가들의 열정과 정성이 제대로 쌓여 있다. 그러한 작품들을 인공지능이 쉽게 흉내내는 일에 대해 거듭 생각해 볼 일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영상은 뛰어난 완성도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으며, 광고 시장까지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와 글, 영상이 넘쳐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진짜'를 찾게 되지 않을까. 전시관에 가서 화가가 직접 붓으로 그린 그림을 감상하고, 콘서트홀에서 연주자가 직접 들려주는 음악을 듣는 것에서 더욱 큰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때로는 체내 독소를 해독하듯, 머릿 속에 가득 찬 인공지능의 잔재물을 디톡스하기 위해 아날로그를 마주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잠깐의 마법이 전해주는 위로와 설렘은 분명 흥미롭지만, 마법 같은 기술이 빠르게 지나간 자리에는 느리지만 따뜻한 아날로그의 숨결이 남는 법이다.
이정진 <법무법인 세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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