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 세번째 공연
방송인 노홍철의 ‘맛있는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법’

지난 10일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방송인 노홍철이 '맛있는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나쁜 일이 안 생기면 생기지 않아서 좋은 거고, 생기더라도 그게 나쁘진 않은 거죠."
지난 10일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 방송인 노홍철의 토크 콘서트 '맛있는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법'이 열렸다. 아양아트센터의 대표 시즌 공연인 '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의 세 번째 무대다.

지난 10일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밴드 히미츠가 오아시스의 '왓에버(Whatever)'를 부르고 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토크쇼에 앞서 밴드 히미츠가 크라잉넛의 '밤이 깊었네', 황규영의 '나는 문제 없어', 오아시스의 '왓에버(Whatever)' 등을 열창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노홍철은 "세 곡의 가사가 오늘 하고 싶었던 말의 핵심 키워드"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음주운전 물의 후 독일서 세계 일주 결심
포춘쿠키와 경고문구서 인생 메시지 찾아
"스페인 시절, 삶 포기 아닌 가장 멋진 순간"
노홍철은 강연에 앞서 받은 한 관객의 질문을 계기로 과거 음주운전 물의를 언급했다. 그는 "있어서는 안 될 너무 큰 잘못을 저지르고 국내에 있을 수가 없었다. 천성적으로 긍정적인 편이지만 사람은 다르지 않더라. 견딜 수 없어 해외로 떠나게 됐다"고 전했다.
방송국에서 자숙과 봉사활동을 거친 뒤 6개월 뒤 복귀하는 계획을 제안했지만 그는 "보여주기식으로 하는 건 싫었다. 너무 감사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30대였던 당시에는 6개월이라는 시간도 60년처럼 느껴졌다"며 "한 번뿐인 인생에 무엇을 해야 아깝지 않을까 고민한 끝에 어학연수, 석사 과정, 세계 일주를 떠올렸고, 결국 실행에 옮긴 건 세계 일주였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마주한 두 문구가 삶의 전환점이 됐다. 어느 날 먹은 포춘쿠키 속 '열심히 일한 당신은 충분히 쉴 자격이 있다', 그리고 로렐라이 언덕에서 본 경고 표지판 속 '위험은 무조건 당신의 책임이며, 어떤 상황이 생기면 책임은 온전히 당신에게 있다'라는 문구였다. 그는 "평상시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뻔한 메시지가 와닿는 시기였다"며 "이전에도 남들보다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이 두 메시지를 보고 난 후부터는 떳떳하게 열심히만 한다면 내가 뭘 하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졌던 '노홍철 스페인 근황'은 '삶을 포기한 노홍철' '거지가 된 노홍철' 등의 반응을 낳았다. 하지만 정작 그는 그때를 "인생에서 가장 멋있었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나는 지금 가장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순간인데, 누군가는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했을 때 세상은 날 이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굳이 해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방송인 노홍철이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방송인 넘어 사업가로…무신사와 합작법인도
"치명적인 단점, 살아가는 데 가장 큰 힘으로"
슬로건 '하고 싶은 거 하세요' 라디오서 탄생해
"어떤 어려움이나 악재가 있어도 어떻게든 잘 풀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그는 방송인으로 알려져있지만,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카페 '홍철책빵', 아이스크림 매장 '너 커서 뭐 될래 했는데, 뭐가 된 노홍철'에 이어 지난 4월에는 무신사와 함께 합작법인 '주식회사 재밌는걸참좋아하고하고싶은거하는노신사(노신사)'를 설립했다. 그는 "남들에게 없는 제 경험을 녹여서 진정성과 스토리텔링을 담으니까 좋은 결과와 함께 인생의 재미를 안겨줬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점들이 모여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왔다는 한 관객은 그에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노홍철은 그 점이 바로 자신의 아킬레스건이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특징을 잘 활용해 그의 장점이 됐다고 한다. 자신의 가장 높은 수입원이 개인 브랜드부터 대기업까지 브랜딩 컨설팅을 맡는 CD(Creative Director·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부터 온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형의 창의력이 어떤 유형의 결과물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지니게 됐다"며 "저에게 가장 큰 치명적인 단점이 제가 살아가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하고 싶은 거 하세요'라는 말이 그의 대표 슬로건이 된 일화도 소개했다. 라디오 진행 중 우연히 던진 말이 청취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큰 울림을 주면서 모든 활동에 붙는 문구가 됐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고 싶은 것을 할 땐 없던 에너지도 나오더라고요. 여러분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용기 내서 꼭 실행에 옮기시길 바랍니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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